손보사, 운전자보험 모럴해저드 우려 알고도 방치(?)

부광우 기자
입력 2017.06.29 06:00
수정 2017.06.29 06:31

'중복 수령 가능' 부상위로금 특약 보험금…뒤늦게 가입한도 제한 나서

"보험사기 우려 특약 전반 점검 필요" 금융당국 목소리에 스스로 수정

문제 소지 알도고 모른 척?…운전자보험 시장 주도권 싸움 부작용 지적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에 담긴 부상위로금 특약을 악용한 보험사기 가능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이를 방치해 왔던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운전자보험에 담긴 부상위로금 특약을 악용한 보험사기 가능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이를 방치해 왔던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최근 손보사들은 보험사별로 보험금을 중복해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는 해당 특약이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보고, 뒤늦게 가입금액 한도 제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는 금융당국이 모럴헤저드 우려가 있는 특약 전반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야 이뤄진 조치여서, 손보사들이 문제의 소지를 인지하고도 급성장하는 운전자보험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부적절한 영업을 벌여 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손보사들은 운전자보험의 자동차사고부상위로금 특약 가입금액 한도를 전 보험사 누적 5000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해당 특약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서 정한 교통사고 상해등급에 따라 약정된 정액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손보사들이 이 특약의 가입금액 한도를 제한하고 나선 것은 보험 가입자의 모럴해저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해당 특약의 경우 중복 보장이 가능한데,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여러 손보사의 운전자보험에 가입한 뒤 고의로 사고를 낼 우려가 있다고 본데 따른 조치다.

문제는 이 같은 대응이 금융당국의 지적이 나오고 나서야 이뤄졌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홀인원 특약을 둘러싼 보험사기 정황이 짙다고 보고 전수조사를 벌였고, 지난 달 140여명을 적발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금감원은 보험사기에 악용될 수 있는 다른 상품이나 특약들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하라고 손보사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보사들의 운전자보험 부상위로금 특약 가입금액 제한 조치는 이 같은 금감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또 하나 의심스러운 부분은 금감원이 특정 약관을 찍어 조치하라고 지적한 것이 아님에도 보험사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특약의 가입금액 한도를 정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애초에 손보사들이 문제 가능성을 자각하고 있었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근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운전자보험 시장에서 손보사들이 벌이고 있는 과열 경쟁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 손보 빅3의 지난해 운전자보험 초회보험료는 496억원으로 전년 동기(354억원) 대비 40.1%(142억원) 증가했다. 신계약 선수 역시 같은 기간 108만9470건에서 161만3060건으로 48.1%(52만3590건) 늘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모럴해저드에 대한 우려에 손보사들이 운전자보험 부상위로금 특약 가입금액 제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금융당국의 권고도 이 같은 조치의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운전자보험 특약에 대해 따로 지시를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액 형태로 지급되는 보험금의 경우 언제든 보험사기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보험사들이 언더라이팅 과정에서 이 같은 부분을 반영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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