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마이켈, 아버지 앞 선방 "4부리그서 여기까지"

김태훈 기자
입력 2017.03.15 08:01
수정 2017.03.16 07:51

GK 슈마이켈, 2경기 연속 PK 선방

감격에 젖어 어려웠던 과거 떠올려

레스터 시티 8강에 기여한 슈마이켈. ⓒ 게티이미지

레스터 시티가 세비야 예봉을 꺾고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레스터 시티는 창단 132년 만에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했다. 올 시즌 EPL에서는 15위까지 추락했지만, 라니에리 감독 경질 후 상승세를 타며 챔피언스리그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GK 캐스퍼 슈마이켈(31)의 선방쇼가 결정적이었다. 슈마이켈은 15일(한국시각) 영국 킹파워 스타디움서 킥오프한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페널티킥까지 막아내며 세비야전 2-0 승리에 기여했다.

1-2로 뒤진 가운데 2차전을 맞이했던 레스터 시티로서는 1실점이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는데 슈마이켈 선방에 힘입어 팀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8강 티켓을 손에 쥐었다.

세비야는 올 시즌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굳어진 프리메라리가 빅3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강팀이다.

전반 3분 만에 나스리의 골과 다름없는 슈팅을 막아낸 슈마이켈은 후반 27분 노마크 위기도 극복했다. 막강한 공격을 자랑하는 세비야를 상대한 슈마이켈이 가장 빛났던 장면은 역시 페널티킥 선방이다.

2-0 앞선 후반 33분 레스터 시티는 세비야 비톨로에게 PK를 허용했다. 하지만 슈마이켈은 은존지의 슈팅 위치를 간파하고 선방했다. 이것이 들어갔다면 세비야와 합계 스코어 3-3이 되어 연장으로 끌려갈 가능성이 농후했다.

현지 중계진은 “슈마이켈 PK 선방이 사실상 레스터 시티의 8강 진출에 쐐기를 박았다”고 평가했다. 슈마이켈은 1차전에서도 코레아의 PK를 막아 8강행 불씨를 살려놓았다. 경기장을 찾은 슈마이켈의 아버지이자 전설의 골키퍼 피터 슈마이켈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UEFA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슈마이켈은 아버지가 지켜본 가운데 세비야전 승리 후 “잘 버텼다. 선방으로 8강행에 기여해 기쁘다. 나는 4부리그에서부터 여기까지 왔다”며 8강 진출 감격에 젖었다.

슈마이켈은 어려운 길을 걸어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 피터 슈마이켈의 아들이라는 후광을 입고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지만, 2005년 1군 무대를 밟은 이후 임대와 이적을 반복했다. 지난 2011년 레스터 시티로 오기까지 6시즌 동안 1부리그부터 4부리그까지 오가며 8개팀을 거쳤다.

이제 슈마이켈은 ‘EPL 우승팀’ 레스터 시티의 넘버원 골키퍼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전 경기 출장해 무려 15번의 클린시트를 기록하며 레스터 시티의 동화를 완성했다.

73%를 초과하는 세이브 확률로 리그 정상급 골키퍼로 부상하자 리버풀 등 빅클럽들도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슈마이켈은 레스터 시티와의 의리를 지키며 5년 재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저 꿈만 같았던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결실도 맺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