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간 박영수 특검이 '얻은 것과 잃은 것'
이충재 기자
입력 2017.02.28 06:30
수정 2017.02.28 01:26
입력 2017.02.28 06:30
수정 2017.02.28 01:26
박 대통령 대면조사 결국 '무산'…'우병우 사건' 재수사
수사 공은 다시 검찰로…별도 수사팀 구성 가능성 거론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한이 28일로 종료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검 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음에 따라 특검은 이날 공소유지 인력만 남긴 채 해산하게 된다. 90일간의 공식 수사 기간 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지만,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말끔히 매듭짓진 못했다. 특검이 남긴 수사는 검찰로 이관된다.
지난 두 달 동안 특검의 수사는 물론 일거수일투족이 국민적 관심 대상이었다. 매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규철 특검 대변인이 '코트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고, 수사 막바지에는 특검팀을 향한 응원의 '꽃다발 세례'와 '테러 위협'이 동시에 가해지기도 했다.
'거물' 김기춘 잡았지만, '미꾸라지' 우병우 사법처리 실패
특히 특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5명을 구속기소한 것은 최대 성과로 꼽힌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청와대 압수수색 무산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사법처리 실패 등은 한계로 지적됐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대학 입시·학사 부정 의혹 관련 남궁곤·김경숙·류철균·이인성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과 비선진료 및 부정특혜 의혹 관련 최씨 단골 성형의 김영재씨의 부인 박채윤씨 등도 재판에 넘긴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을 상대로 비선 진료 등 '7시간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삼성특검이냐'지적도…다른 재벌엔 '손도 못 대'
특검 안팎에선 '삼성 특검'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큼 많은 수사 인력과 시간을 삼성 관련 수사에 집중했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했지만, '국정농단 수사가 아닌 삼성수사'라는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삼성을 뺀 나머지 재벌 기업들의 수사에는 손도 못 댔다.
특검이 박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해 입건한 삼성 관계자는 구속 상태인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겸 대한승마협회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이다. 특검은 이들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결국 뚫지 못한 청와대…'대통령 대면조사' 무산
특검의 핵심 수사대상인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는 결국 무산됐다. '녹음·녹화 허용 여부' 등 세부 조건에서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특검과 대통령측이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다 결국 대면조사 없이 수사기간 종료를 맞게 됐다.
당초 특검은 지난 9일 청와대 경내에서 비공개로 박 대통령을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박 대통령 측이 "비공개 약속을 어겼다"며 대면조사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특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해 경내 진입을 시도했으나 '군사기밀' 등을 이유로 거부한 청와대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이와 관련 이 대변인은 "협의가 한 차례 무산된 이후, 상호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었다며 "조사 과정의 녹음·녹화와 관련된 사정이 대면조사 무산의 결정적 이유"라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는 "당초 2월 9일 대면조사가 합의됐으나 비공개 약속이 깨져 무산된 이후 특검이 녹음과 녹화를 고집하는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해옴에 따라 협의가 무산됐다"고 말했다.
'미완의 수사' 돌고돌아 다시 검찰로
아울러 특검은 수사 기간에 입건한 피의자들을 대거 재판에 넘긴다. 이 대변인은 "현재까지 입건되거나 고발된 피의자들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일괄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간다. 검찰은 특검이 그동안 수사해왔던 내용을 인계받아 추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변인은 "남은 수사기간동안 마무리를 철저히 하고 검찰과 협조해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자한다"고 밝혔다. 특검은 특검법에 따라 수사기간 종료 후 3일 이내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에 수사내용 등을 인계해야 한다. 박 대통령 대면조사와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등 '미완의 과제'는 검찰로 다시 이첩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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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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