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 대권정국 변수 될 수 있나

문현구 기자
입력 2017.02.13 15:23
수정 2017.02.13 15:43

'태극기 집회' 규모 증가 추세

여권 '대권주자' 잇따른 참여…'대권정국' 영향력 상승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와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 피켓을 들고 탄핵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 관련해 '탄핵 기각'을 주내용으로 매주 토요일 전국 집회를 갖고 있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가 대권정국에서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정치권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11일 서울 도심을 중심으로 펼쳐진 12차 '태극기 집회'는 주최 측인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이하 탄기국)' 주장 등을 포함해 상당한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탄기국 측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구국동지회 등 170개 단체 소속 회원을 비롯해 집회를 연 이후 최다 인원이 참여했다"고 밝혔는데, 비슷한 시각에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와 견줘도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수준이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설명이다.

'태극기 집회' 참가규모, 증가 추세…촛불집회 '정치화' 우려 제기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촛불집회'는 참석인원 등이 상당히 줄어드는 추세였던 데 비해 '태극기 집회'는 그 이후로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야권에서는 그 기간 동안 '조기대선'을 염두에 두고 각당 대권후보군들이 사실상의 '대선 운동'을 벌여왔다. 그러하던 것이 최근 '탄핵 기각'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대두되면서 야권 측은 위기감을 나타내면서 다시 '촛불집회'로 집중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1일 광화문 '촛불집회' 참석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총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소식과 함께 '대세론'을 등에 안고 줄기찬 '대권행보'를 보이던 문재인 전 대표와 당 지도부 등이 총출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대해 여권과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은 '촛불집회'의 순수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면서 "촛불민심이 아니라 민주당 당심이 나온 집회"로 규정짓기까지 했다.

이는 다수의 군중이 모인 곳에서 '통진당 이석기 석방'과 같은 정치적 구호가 나오고, 헌법재판소에 조속한 탄핵심판을 요구하는 등 탄핵정국으로 인한 '민심 집회'가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염두에 둔 일부 야당의 '정치활동의 장'으로 변모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대선을 겨냥한 '대권정국'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야권 측의 의도가 다분히 담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태극기 집회' 주최 측의 주장이기도 하다.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 및 계엄령 선포 촉구 집회'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이에 대해 '태극기 집회' 성격 역시 '대권정국'과 맞물려 어느 정도 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주로 보수층 결집의 장소로 활용되는 동시에 '범보수권' 후보군 지지율 연결을 위한 '선전의 장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 '대권주자' 정치행보의 장 활용…'대권정국' 영향력 상승 가능성

실제로, 최근 2, 3주 사이에 '집권당'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 대권후보군들이 잇따라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 기각' 등에 대한 찬성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히는가 하면 선거 유세와 견줄 수 있는 발언도 쏟아내고 있다.

'태극기 집회' 참석대상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등의 모습은 분명히 '표심'을 염두한 행동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반응이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야권 중심으로 '대권정국'이 흘러가는 상황에서 우리 당 대권후보군들이 대중을 상대할 수 있는 장소로 '태극기 집회'를 활용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지지율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반전을 도모할 수 있는 요인은 있다"고 전했다.

다만, '태극기 집회'를 여는 주최측의 한 곳인 탄기국에서는 '정치 성향'을 배제한 집회라는 점을 강조하며 애써 선을 긋는 분위기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데일리안' 기자와 만나 "우리는 대통령 탄핵 기각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진짜 보수'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한 목소리로 담기 위해 집회를 하고 있다"며 "'태극기 집회'가 대권정국의 변수가 될지 여부는 우리가 말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 교수는 "아직까지 '촛불집회'에 대한 여론의 반응이 크기 때문에 '대권주자'들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보수층 중심으로 결집하는 '태극기 집회'도 앞으로 대권정국에서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많다"고 예측했다.

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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