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교육개혁안 '현실성 떨어진다'는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
전형민, 석지헌 기자
입력 2017.02.09 16:05
수정 2017.02.09 16:30
입력 2017.02.09 16:05
수정 2017.02.09 16:30
만5세 교육대상 아닌 놀이대상 vs 국내 많은 논문 '조기취학' 옹호
진로탐색 2년 투자, 위험성 크다 vs 5년간 진로교육 선행돼 무방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자신이 주장한 '교육개혁' 방안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교육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안 전 대표 측은 "필요한 경우 좀 더 정밀한 연구와 논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안 전 대표는 6일 본회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6년(초등학교)-3년(중학교)-3년(고등학교)' 학제를 '2년(유치원, 만 3살부터 시작)-5년(초등학교)-5년(중·고등학교)-2년(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으로 바꾸는 '5·5·2 학제개편'을 골자로 하는 '교육개혁안'을 제안했다. 안 전 대표는 이 같은 방향의 학제개편을 위해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를 신설,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가 제시한 '교육개혁안'을 두고 '현장을 모른다'는 비판이 나왔다.
안 전 대표의 연설이 있었던 6일 마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치권력에서 독립성 있는 (가칭)국가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안 전 대표가 주장한 '교육위원회 신설' 자체에는 동의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교육부 폐지와 같은 차원은 아니다"라며 '교육부 폐지' 자체에는 선을 그었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학제개편안에 대해 "대선후보자로서 우리나라 교육변화를 위해 고민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현실에 근거한 주장을 해야 신뢰성을 얻을 수 있다"며 안 전 대표의 주장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등학교 입학이 만 5세로 내려오는 것부터 문제"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만 3세부터 5세는 유아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만 5세는 학습중심의 초등교육 대상이 아니라 놀이중심의 유아교육 대상인 것이 세계적인 추세고 교육과정에서 큰 공감을 얻는 이론"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일방적인 주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만 가중시킨다”며 우려했다.
교육현장에서도 안철수 전 대표의 '교육혁명'에 의문부호를 붙였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재직 중인 30대 이 모 교사는 안 전 대표가 제안한 '5·5·2 학제개편안'중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취학 2년에 대해 "그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학을 가고자하는 학생들은 완전히 그 시간을 사교육 등으로 학업에 전념하는 시간으로 전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뭔가 교육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에는 교육 현장에서도 공감하지만 이런 문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행제도가 보완되고 이름이 바뀌었을 뿐 큰 차이가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같은 학교에서 재직 중인 30대 함 모 교사는 "자율학기제 등 이미 해오던 것에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학교 1학년에서 시행 중인 자율학기제도 비슷한 제도지만 사회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시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 전문가와 현장 교사들의 지적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 측은 "필요한 경우 보완하겠다"면서도 일부의 반론에는 "제안의 내용을 숙지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답했다.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국민의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송기석 의원은 '초등학교 입학이 만 5세로 내려오는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현재 국내의 많은 학제 개편을 옹호하는 논문은 한국의 학생들이 이미 조기에 성숙했다고 판단하고,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전체적인 연구동향에서 볼 때, 한국의 교육과 학부모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5세에서 초등을 시작하는 것은 동의할만 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송 의원은 '진로탐색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투자하는 것이 너무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에는 '제안의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2년의 기간은 이미 그전 5년의 교육기간 동안 질적으로 강화된 진로교육을 받은 뒤 심화적 탐색을 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교육부 폐지'를 부정적으로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과거) 교육감들 역시 교육부의 간섭과 통제에 대한 폐해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한 바 있다"면서 "교육감들의 생각이 구체화되면 이를 충분히 반영하고 숙의하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다시 한 번 '교육제도 개혁'을 역설했다. 안 전 대표는 학생 24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66년 전 제도"라며 "근본적으로 6·6·3 학제를 5·5·2 학제로 바꾸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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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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