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주류 분화중...문재인 vs 안희정 대권 경쟁 본격화
이슬기 기자
입력 2017.01.10 00:12
수정 2017.01.10 06:39
입력 2017.01.10 00:12
수정 2017.01.10 06:39
민주당 대선 경선 룰 확정 앞두고 주류 쟁탈전
양 진영, 측근들로 캠프 구성 가시화
더불어민주당 주류 그룹인 친노(친 노무현)가 분화하고 있다. 이달 말경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룰 확정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간 경쟁이 본격화됨에 따라, 친노 인사들이 양 측 캠프로 나뉘면서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캠프는 참여정부 당시 함께 일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으로는 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윤건영 전 청와대 정부기획비서관이 캠프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보좌관이자 문 전 대표의 대변인격으로 활동해온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공보 업무를 담당한다.
전직 의원 중에는 참여정부 당시 원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노영민 전 의원이 좌장 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 당시 사무총장을 역임한 최재성 전 의원도 합류했다. 또한 최근에는 인적 영역을 확장하겠다며 정세균 계로 분류되는 전병헌 전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으로 꼽혔던 임종석 전 서울시정부시장도 영입했다. 캠프 사무실은 이달 중반경 여의도에 개소할 예정이다.
이처럼 문 전 대표 진영이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당시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 또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의 문 전 대표 체제 하에서 활약했던 그룹이라면, 안 지사 측 캠프에는 1990년대부터 참여정부 초기에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다.
최근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실무를 총괄키로 한 데 이어 이광재 전 강원지사, 서갑원 전 의원, 황이수 전 행사기획비서관,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안 지사를 돕고 있다. 여기에 윤원철·이정민 전 행정관 등 참여정부 출신 인사 50여명이 안 지사 캠프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박 시장 측근이었던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도 최근 안 지사 진영으로 이동했다.
특히 이 전 지사는 안 지사와 함께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릴 만큼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정 전 비서관의 경우, 지난 1993년 노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서 연구실장을 맡았다. 당시 안 지사와 이 전 지사는 각각 사무국장, 기획실장을 역임한 바 있다.
또한 ‘노무현의 필사’로 불린 윤 전 대변인은 안 지사의 메시지 부문 핵심 인물로, 앞서 문 전 대표 측 메시지를 맡았으나 최근 안 지사와 손을 잡았다. 안 지사의 지원을 자청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무팀장과 홍보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대통령의 리더십 분야에서 실력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역 의원도 포진해 당내 기반 마련에 총력을 가하고 있다. 안 지사의 대변인격이자 이 전 지사와 함께 안 지사의 ‘오랜 친구’로 손꼽히는 박수현 전 의원에 따르면,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김종민 의원이 홍보 △사회조정 비서관을 지낸 정재호 의원은 조직 총괄 △조승래 의원은 정책 부문 핵심 참모로 안 지사의 선거를 돕기로 했다. 또한 백재현 의원은 경선 준비와 관련한 실무를 맡는다.
이처럼 뿌리를 같이 했던 친노 그룹이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으로 양분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정치적 신념이나 경험의 차이보다는 대선 판에서 정치적 계산에 의한 분화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문 전 대표와 ‘반문 연대’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분열된 친노가 경선 이후에는 다시 힘을 합칠 거란 예상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친노 그룹이자 당 원로로 불리는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어떤 정치적 소신이나 기준으로 나뉜 게 아니라, 이번에 올인을 해볼 것이냐 차차기까지 내다보고 투자할 것이냐 라는 나름의 계산들에 따라 잠시 분화된 것”이라며 “정치판에서 각자의 셈법과 가능성에 따라 한 쪽을 택한 것이기 때문에 경선이 끝나면 또 자연스레 합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동안은 친노라는 울타리 하나로 묶였다면, 문재인과 안희정이 각각 '자기 그룹'을 확실히 세워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굳이 적통 논쟁으로까지 갈 만큼 깊이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