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 '총사퇴'…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이충재 기자
입력 2016.12.16 16:46
수정 2016.12.17 12:01

이정현 "새 술은 새 부대에"…신임 원내대표에 권한 이양

비대위원장에 계파색 옅은 중립인사 내세워 탈당 최소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대표직 사퇴를 밝힌뒤 돌아서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16일 총사퇴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당 대표직을 사퇴한다"면서 "나머지 최고위원들도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선출된 정우택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 대행을 맡게 된다. 이 대표는 총사퇴 배경에 대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당 안팎에선 '친박 정권연장'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날 사퇴를 발표하던 이 대표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당 내에선 "오전 원내대표 경선 때부터 웃더니 표정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 대표는 "비상한 시국에 정 원내대표 체제가 새롭게 출범한 만큼 모든 체제를 새로 바꾸자는 염원에서 뜻을 모았다"며 지도부 사퇴가 '변화'라는 점을 역설했다.

'웃으며 사퇴' 이정현…비박계 탈당 움직임 '꿈틀'

당초 이 대표는 오는 21일 물러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날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시기를 앞당겼다.

결국 정 원내대표가 계파 갈등 봉합을 위해 내세운 '친박지도부 2선 후퇴' 약속이 발빠르게 이뤄진 것이다.

문제는 향후 들어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일단 정 원내대표는 '비박계 추천'원칙을 내세웠지만, 비대위 인적구성에 따라 비주류 진영의 반발과 이에 따른 탈당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새 지도부는 이르면 다음주 전국위원회를 열어 대선까지 당권을 쥘 비대위원장을 선출할 예정이다. 1000여명의 핵심 당원으로 구성된 전국위원회는 친박계가 70%를 점하고 있다.

이에 친박계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계파색이 옅은 중립성향 인사나 상대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지는 인물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주류의 반발을 줄이면서도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친박계 내에선 강성 비주류 인사를 비대위원장에 오를 경우 '친박 완전 후퇴'를 요구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 5월 정진석 원내대표가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전국위를 소집했지만,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전국위 회의에 불참해 추인을 무산시킨 바 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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