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실효성 '글쎄'...세컨더리 보이콧 꺼낼 때"

박진여 기자
입력 2016.11.14 19:45
수정 2016.11.14 20:08

통일부 '2016 한반도국제포럼'...제재 효과 극대화 방법

'흑기사' 중국과의 마찰 불사한다는 의지력 보여줘야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의 금융 기관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북한 정권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통일부 '2016 한반도국제포럼'...한반도 평화통일의 통합적 접근 방안 모색
전문가 "대북제재 실효성 높이기 위해 중국 역할 절대적이지만 기대 어려워"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의 금융 기관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적용해 북한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방식으로 북한 정권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황태희 연세대 교수는 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통합적 접근’을 주제로 통일부가 개최한 ‘2016 한반도 국제포럼’을 통해 과거 대북제재에서 북한의 변화를 가져온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서와 2005년 방코 델타 아시아 금융제재를 예로 들어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는 금융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황 교수는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실험 마다 조금씩 강화되는 형태로 계속 이뤄지고 있지만, 북한이 도발을 멈추지 않으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게 사실”이라며 “북한의 무력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게 관건이고, 이를 위해 보다 강력하고 광범위한 금융제재가 이뤄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제재를 부과하는 국가와 피제재국이 제재 효과성에 미치는 요인들을 고려할 때 선별적 금융제재를 통한 김정은 정권의 자금줄을 전방위로 차단하고, 한반도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최적의 전략이라는 주장이다. 이때 ‘선별적 제재’는 정권을 유지시키는 집단을 집중 겨냥하는 방안으로, 일반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며 제재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북한 주민에게 제재의 비용을 전가하는 포괄적 제재는 정보가 차단돼 있는 북한 정권에 오히려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권이 보유하고 있는 통치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금융제재를 가하는 선별적 제재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의 경우 외부 제재로부터 주민들을 지배자에게 더 결집하고 지지하게끔 만드는 양상이 발생해 훨씬 정교한 디자인의 제재가 필요하다”면서 “북한 일반 주민이 아닌 정치엘리트 계층을 겨냥해 제재를 극대화하는 방법인 선별적 제재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날 금융제재는 미국이 독점적 위치를 갖고 있는 만큼 미국의 독자제재 카드인 세컨더리 보이콧이 제재 효과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세컨더리 보이콧이 타국의 금융기관을 제재하는 조치인 만큼 주권침해 요소가 있지만, 이런 부분이 비핵화와 대북제재에 대한 미국의 의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때 대북제재에 있어 ‘흑기사’로 지목되고 있는 중국과의 마찰도 불사할 수 있다는 의지력을 보여야만 북한의 정책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를 전면 시행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세컨더리 보이콧 성공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중국이 이에 적극 동참함으로 인해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함께 참석한 존 에버라드 전 북한주재 영국대사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유일한 방법은 북한이 핵무기 소유를 통해 상쇄시킬 수 있는 위협과 핵을 포기해야만 다룰 수 있는 위협보다 더 큰 생존에 대한 위협에 직면하도록 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북한이 이러한 지점에 다다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적극적인 지지가 요구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제재를 통해 북한의 행동을 바꾸려는 시도 자체는 한계를 보여준다”며 “핵 프로그램은 북한 정권 내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북한이 이를 포기하도록 유도할 제재 조치를 구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비관하기도 했다.

프랑수아즈 니콜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연구센터장도 “북한 외국 무역의 75%를 차지하는 중국은 제재의 실질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유일한 국가이지만, 중국은 이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면서 “중국으로부터 더욱 결연한 지지가 동반된다면 제재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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