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류’ 한국 상대로 침대 깔지 않는다

김윤일 기자
입력 2016.10.12 17:34
수정 2016.10.13 10:14

이란과의 원정서 또 다시 패, 42년 징크스

잔뜩 경계한 침대 축구 대신 예리한 역습만

이란은 경기 내내 '침대 축구' 대신 압도적인 경기을 선보였다. ⓒ 연합뉴스

예상대로 어려운 테헤란 원정이었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경기력으로는 42년만의 무승 고리를 끊기 역부족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1일(한국시각),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이란과의 원정경기서 전반 25분 사르다르 아즈문에게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 패했다.

이로써 이번 최종 예선 첫 패를 떠안은 대표팀은 2승 1무 1패(승점 7)가 돼 우즈베키스탄(3승1패)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한국을 꺾은 이란은 독주 체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술과 경기력, 사기 등 모든 면에서 완패한 경기였다. 홈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나선 이란은 경기 내내 상대를 압박했고, 한국은 이를 막느라 허둥지둥 대는 모습만 90분 동안 연출했다.

선수들은 이란 원정에 대한 부담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팀은 1974년 9월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0-2로 패한 뒤 42년째 이란 원정 무승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이날 패배로 테헤란 원정에서 2무 5패를 기록하게 됐고, 역대전적도 9승 7무 13패로 벌어졌다.

주목할 점은 이번 최종예선 들어 한국을 상대로 한 각 팀들의 전술 변화다. 대표팀은 최종 A조에 속해 중동의 이란, 카타르, 시리아, 그리고 중국, 우즈베키스탄과 한조에 묶였다. 지금까지 4경기(중국, 시리아, 카타르, 이란)를 치렀고, 성적표는 2승 1무 1패로 크게 나쁘지도 좋지도 않다.

그러나 경기력은 기대 이하다. 4경기 내내 포백 수비가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상대들도 움츠려들기 보다는 적극적인 공격으로 골을 노리고 있다. 즉, 대표팀의 수비는 상대에 이른 바 ‘호구 잡힌’ 셈이다.

한국 축구가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침대 축구’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침대 축구’란 전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팀이 강팀을 상대로 고의적인 시간 끌기 등을 비신사적 플레이를 하는 것을 일컫는다.

특별한 충돌이 없음에도 갑자기 그라운드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선수 교체 등에서도 터벅터벅 걸어나기 일쑤다. 여기에 만약 선취골이라도 가져갔다면 ‘침대 축구’가 선사하는 극한의 분통 터짐을 맛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전반 선취골을 뽑아낸 이란에게선 시간을 끄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후반 중반 이후 교체 과정에서 다소 시간을 지연시켰지만, 이는 앞서고 있는 팀 대부분이 보이는 모습이다. 앞서 맞붙었던 중동팀 카타르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침대를 깔지 않는다는 점은 한국을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슈틸리케호는 최종 예선 내내 예리한 공격과 달리 수비에서의 문제점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 그렇다고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자원들을 돌려가며 최상의 조합을 찾으려 하고 있지만, 이는 최종 예선이 시작되기 전 풀어야할 숙제였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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