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금고지기'들, 해외서 잇따라 잠적 왜?

스팟뉴스팀
입력 2016.08.20 10:51
수정 2016.08.20 10:54

장성택 처형 이후 자금책 잠적 본격화…상납 실패에 따른 처벌 두려워

해외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 일명 '혁명자금'을 관리하는 자금책들이 거액을 들고 잠적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자료사진)ⓒ연합뉴스

장성택 처형 이후 자금책 잠적 본격화…상납 실패에 따른 처벌 두려워

해외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통치자금, 일명 '혁명자금'을 관리하는 자금책들이 거액을 들고 잠적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익명의 대북 소식통은 노동당 39호실 소속으로 유럽 내 북한 자금 총책을 맡았던 A 씨가 지난해 유럽의 한 국가에서 40~50억원에 해당하는 외화를 들고 잠적한 뒤 서방에 망명 의사를 타진했다고 19일 전했다.

일각에서는 A 씨가 지난 6월 4000억원 상당의 외화를 들고 잠적했다는 설도 제기됐지만, 소식통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 100억원 상당의 김정은 비자금을 관리했던 리모 씨와 노동당 39호실 소속으로 해외 비자금을 관리했던 조선대성은행의 중국 대표를 비롯, 복수의 유럽 내 자금책도 지난해 거액을 들고 잠적 또는 망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4년 8월에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김정은 비자금을 조성·관리하던 윤태형 조선대성은행 대표가 500만달러를 갖고 잠적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의 자금책들은 북한 식당 운영 수입, 해외 노동자 임금 등 각종 외화벌이 사업으로 자금을 조성해 평양에 상납하는 역할을 한다. 이 외에도 위폐 유통이나 가짜 담배·마약·밀주 판매 등의 불법적인 방식으로도 자금을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에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되면서 이들은 해외자금의 인출이나 송금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정상적 금융거래가 막혀 현지인 명의 가·차명 계좌 개설이 늘고 송금도 인편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각종 배달사고가 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납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에 받을 처벌이 두려워 아예 자금을 들고 잠적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13년 12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처형된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났다고 대북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노동당 39호실에 장성택 인맥이 많았는데, 이들이 생존을 위해 도망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스팟뉴스팀 기자 (spotnew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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