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동부 '수당' 전쟁, 청년들에게 뭣이 중헌디?
하윤아 기자
입력 2016.08.17 05:58
수정 2016.08.17 10:26
입력 2016.08.17 05:58
수정 2016.08.17 10:26
"사회서비스 차원 청년정책, 전국적으로 통일성 있게"
정부-서울시 갈등 지켜본 청년단체 "본질은 일자리"
"사회서비스 차원의 청년정책, 전국적으로 통일성 있게 진행돼야"
정부-서울시 갈등 지켜본 청년단체 "본질은 일자리인데..." 우려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연일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내며 각을 세우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그러나 이미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기능을 분담하는 형태가 돼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공공부조·사회서비스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청년지원사업은 전국적으로 통일성있는 처리가 요구되기 때문에 정부는 컨트롤타워로서 총괄적인 정책을 세우고, 지자체는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면서 동시에 지역별 특성에 맞는 자치사무를 수행하는 등 상호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보라 새누리당 의원실 주관으로 열린 ‘서울시 청년수당, 청년 자립을 위한 것인가’라는 제하의 긴급토론회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갈등 구도의 관계가 아니라 협력과 분업을 필요로 한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박 실장은 이번 청년수당 논란에서의 정부와 지자체의 권한 갈등을 “구도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재정분권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지자체는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재원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고, 이러한 특성에 의해 지자체는 자치사무 처리의 자율권을 갖고 있으면서도 전국적 통일이 필요한 일부 국가사무의 처리에 있어서는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청년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중앙과 지자체 구도,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성격을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복지 등 국가 책임성이 강한 사업은 표준서비스와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 정부가 총괄하고 지자체에 분담·위임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공공부조·사회서비스 성격이 강한 청년사업도 정부가 컨트롤타워로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통일적으로 전개하되, 세부적인 사무는 지자체가 위임받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게 박 실장의 주장이다.
현재 서울시와 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놓고 줄곧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실제 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 강행에 반발해 ‘직권취소’ 처분을 내린 상태다. 그러다 지난 12일 역시 서울시 청년수당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 고용노동부가 청년희망재단과 함께 ‘취업수당’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과 노동부 취업수당의 유사성을 강조하며 복지부의 청년수당 직권취소 철회를 요구하고 있으나, 노동부는 “취지부터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취업수당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취업알선단계(3단계) 참여하는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정장대여료와 사진촬영비, 면접을 위해 원거리를 이동할 시 숙박비, 교통비 등으로 지원금 사용범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 청년희망재단이라는 민간 기관의 기금을 활용하는 점 등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장의성 청년희망재단 사무국장은 “1단계 취업상담과 2단계 직업훈련에 참여할 경우 수당이 지급되는데 마지막 3단계 취업알선에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아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각지대가 있었다”며 “이번 취업성공패키지 협력방안은 민간 재단인 청년희망재단이 중앙정부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의 빈틈을 보완해 취업지원 기능을 강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는 청년수당 지원대상을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만19~29세 청년(근무시간 30시간 미만)’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지원금은 '취·창업과 연관된 활동'이라고 불명확하게 규정해 놓아 취업이 아닌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다만 이에 대해 서울시는 별도의 선정심사위원회가 가구소득·미취업기간·부양가족 수 등과 활동계획서를 기준으로 대상자 3000명을 선별했으며, 선정 대상자에게 매월 활동결과보고서를 받아 스스로 계획한 구직활동에 지원금이 쓰이고 있는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부가 발표한 취업수당은 미취업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 면에 있어서 청년수당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청년수당 선정 대상자 3000명은 월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받고, 정부의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참여자 가운데 지원 대상자로 추천된 자(2만 4000명)는 월 20만원씩 3개월간 최대 6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가 하는 것은 되고, 서울이 하면 직권취소인가요”라며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같은 점을 먼저 보는 ‘구동존이’의 마음이 절실합니다. 청년수당은 죄가 없습니다. 직권취소는 명분을 잃었습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부 측은 연일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과 노동부의 청년구직자 지원사업은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장신철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정책관은 1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 청년수당은 당장 취업은 안하더라도 들어가는 취업 준비 비용, 학원 수강비나 교재비, 자격증 취득 비용 이런 것까지를 지원하는데, 청년희망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은 취업에 직접적으로 수반되는 필요한 비용, 면접비나 숙박비나 교통비 이런 것들을 딱딱 지원해 낭비 요인이 전혀 없다”며 “서울시 청년수당과 이번 희망재단에서 지원하고자하는 수당은 근본 취지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신보라 의원은 "서울시 청년수당은 상호의무라는 원칙도 없이 현금을 남발함으로써 취업과 연결된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청년들의 자립의지를 꺾고, 국가의 취업지원서비스와도 충돌하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 정책이 청년들에게 그저 용돈 쥐어주기식이 아니라 실제적인 일자리와 자립을 목표로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년단체들은 “청년문제 해소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보완적인 정책일 뿐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니다”며 “청년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있는데 그 본질은 덮어둔 채 허황된 정쟁만 오고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승수 청년이만드는세상 공동대표는 “청년일자리 문제는 수당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청년을 진심으로 위한다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청년들의 취업문을 넓혀줘야 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층에 대한 지원은 종합적이고 공정한 대책을 별도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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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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