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컷오프 '고무줄 기준·밀실자료' 답습할까
장수연 기자
입력 2016.03.08 17:39
수정 2016.03.08 17:43
입력 2016.03.08 17:39
수정 2016.03.08 17:43
공관위 컷오프 기준 따져보니...막연히 '도덕적'
김태환 "발표된 기준에 해당되는 것 하나도 없어"
새누리당이 4.13 총선 후보자를 1차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일부 탈락자가 발생하면서 첫 낙천 사례가 된 인사들의 불복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컷오프' 검증 기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제시한 기준이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도 속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다.
'현역 컷오프 1호'라는 오명을 안게 된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은 7일 당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시간에 참석해 강하게 항의했으나 이의 제기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의원은 "지지도도 나보다 훨씬 낮은 분(장석춘 예비후보)을 소위 전략공천하기 위해 나를 컷오프 시켰는데 납득할 수 있겠나"며 "설명을 해준다면 (납득이 가겠지만) 일체 설명도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컷오프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의 탈락 사유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을 해줘야 하나"라며 "개인적인 명예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설명할 수 없다. 보안 유지가 안 되면 나중에 그 사람이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정한 한두가지 기준을 가지고 무조건 잘라내고 더하는 것은 옛날 방식"이라며 그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작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이 지점이다. 명확한 기준이나 원칙을 정해놓지 않고 막연히 범위를 넓혀 놓는다면 저절로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 기준'의 의혹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대 총선 때 당은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천 기준과 틀에 따라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정성과 객관성의 토대가 무너졌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박종희 공관위원이 3일 공개한 현역 컷오프 기준은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경우 △다른 후보자들과 경쟁해서 지지율이 낮게 나왔을 경우 △강력범죄·성범죄·부정부패 범죄가 있는 경우 △여러 번 탈당 경력이 있는 경우 △이권에 개입했다거나 인사 및 취업 청탁을 한 경우 △보좌관 채용과 급여를 둘러싼 갑질 논란이 불거진 경우 등으로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총선에서의 '25% 컷오프' 룰에 비하면 광범위하다.
앞서 이 위원장이 밝힌 '저성과자, 비인기자, 양반집 도련님 같은 의원'의 기준은 구체적으로 당헌당규에 적용할 경우 △유권자의 신망이 현저히 부족한 자 △당 소속 의원으로서 불성실한 의정활동(본회의·상임위·의총 결석 등)으로 당에 심대한 해를 끼친 자 등이 '저성과자'나 '비인기자'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덕적 하자나 후보 자질론적 접근이 아닌 본회의 출석률, 법안발의 숫자로 저성과자를 규정하고 여론조사에 따른 비인기자를 컷오프를 하는 것은 향후 당내 분란을 더 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심지어 김 의원은 공관위가 제시한 컷오프 기준을 몰랐을 뿐더러 중 해당되는 부분이 단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에 전략공천 한 후보의 지지율은 나보다 많이 낮고, 출석률도 나쁘지 않아 저성과자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며 "발표된 컷오프 기준에 해당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고 만약 있다 하더라도 면접 때 물어보고 소명 자료를 내라던가 질문을 해야 되는데 그런 것도 일체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심사기준 공개를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차피 당이 나를 자르려고 했는데 그 이유를 들을 필요가 있겠나"라고 대답했다.
정당이 공천 자료로 쓰인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한 경우는 거의 없다. 사실상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에 대해 이유를 들을 수 있는 창구도 마땅치 않은 것이다. 19대 총선에서 이재오 의원은 "여론조사로 하위 25%를 결정한 컷오프 자료는 당사자에게는 공개하는 것이 옳다. 밀실 자료가 반대자들에게 정치적 살인병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공개를 요구했다. 빗발치는 요구에 당시 권영세 사무총장은 일부 현역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결과를 통보했다.
당 관계자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컷오프 심사 자료를 보여줬던 적은 있었지만 열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의 제기를 해도 보여줄 만한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면 보여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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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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