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더민주·국민의당 모두 합류 거부 "동반성장 매진"
입력 2016.03.08 15:56
수정 2016.03.08 16:01
기자들에 이메일로 "사회활동 통해 동반성장문화 확산하는 것 더 생상적"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동반성장 전도사'로서 그간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당으로부터 수차례 입당 제의를 받으면서도 거취에 대해선 말을 아꼈던 그는 8일 "지금의 정치참여는 오히려 동반성장의 꿈을 버리는 일"이라며 어느 정당에도 합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이메일로 '정운찬 이사장 정치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취재진에 발송하고 "그동안 동반성장을 통해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정치 참여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지만,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며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꿈조차 흔적 없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이 말한 뒤 "잠시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모아 사회활동을 통한 동반성장의 길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지난 5년 동안 ‘동반성장 전도사’를 자처하고 전국을 돌면서, 저는 수많은 분들을 만났다"며 "대기업의 횡포로 공장 문을 닫은 중소기업인들의 눈물을 보았고, 사랑하는 아들딸의 등록금 마련이 어려운 가장의 한숨 소리를 들었고, 직장에서 쫓겨나 막노동판을 전전하는 중산층의 설움을 보았고, 일자리를 찾아 몸부림치는 청년들의 모습을 수없이 목격했다"고 말했다.
특히 자신을 '동반성장 위원회 이사장'으로 지칭하며 정치 참여와는 확실히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재차 표명한 뒤 "앞으로는 정치라는 권력투쟁의 장 대신, 흙먼지 묻어나고 땀내 나는 삶의 현장을 더 자주 찾아가서 어렵고 힘든 분들과 애환을 같이 하겠다"며 "그 속에서 우리 사회를 더불어 성장하게 하고 함께 나누는 동반성장 사회로 만들어가는 운동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감도 표명했다. 그는 "우리 시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는 정치로 귀결되는 게 현실이다. 결국 문제의 시작부터 끝까지 정치가 문제라면, 문제의 현장에서 해답을 찾고 동반성장을 제도화하는 것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그래서 여전히 정치 변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소통의 길이 막혀 있는 현재의 정국에서는 정치활동을 통해 동반성장을 구현하는 것보다는 사회활동을 통해 동반성장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더 생산적으로 판단된다"고 자신의 결정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었다.
한편 정 전 총리는 지난달 23일 국민의당이 주최하는 '동반성장과 한국경제' 특별강연에 강연자로 나서면서 국민의당 합류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결국 어느 정당과도 함께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