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연 로번 ‘매크로 슛’…왜 알고도 못 막을까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2.24 10:38
수정 2016.02.25 10:11

뮌헨 입장에서는 원정 2골로 홈 2차전 여유

로번, 유벤투스전 전매특허 감아차기로 추가골

로번의 감아차기는 알고도 못 막는 대표적인 공격 기술이다. ⓒ 게티이미지

아르연 로번(32·바이에른 뮌헨)이 페널티박스 우측에 볼을 잡는다. 그리고 중앙으로 볼을 툭툭 치고 들어와 슛. 골인.

바이에른 뮌헨은 24일(한국시각)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16 UEFA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와의 16강 원정 1차전서 2-2 비겼다.

뮌헨은 후반 초반 로번의 추가골로 2-0으로 달아나며 원정 경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했지만 이후 수비진이 붕괴되며 2골을 실점, 결국 무승부로 마쳐야 했다.

뮌헨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것 없는 경기였다. 일단 아쉽게 승리를 놓치긴 했지만 원정서 2골을 넣으며 다가올 홈 2차전에서 1실점 이하 무승부만 거둬도 8강에 오르게 된다. 뮌헨은 지난 2011-12시즌 이후 4년 연속 4강에 오른 바 있으며 이 가운데 각각 1회 우승과 준우승의 성과를 올렸다.

이날 경기서 가장 눈길을 끈 선수는 역시나 로번이었다. 뮌헨은 후반 10분, 역습 과정에서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가 빈 공간 찾아 들어간 로번에게 기가 막힌 패스를 연결했고, 이를 로번이 자신의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 차기로 득점에 성공했다.

축구팬들이라면 익숙한 로번의 골 장면이었다. 왼발을 주로 쓰는 로번은 왼쪽이 아닌 오른쪽 윙어 자리에 배치되는 일명 ‘인사이드 포워드’다. 이 역할을 맡게 되는 선수는 측면서 크로스가 아닌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와 슈팅을 날리는 골잡이들이 맡게 된다. 대표적인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해 손흥민 등이 포함된다.

로번의 경우 공을 잡게 되면 가운데로 툭툭 치고 들어오는 드리블 이후 슈팅 시도라는 빤한 공식이 있다. 상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알고도 못 막는 공격 전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매크로’라 불릴 정도로 매번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데도 상대 수비수들은 로번의 슈팅을 왜 막지 못하는 것일까.

일단 로번의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드리블은 불필요한 동작 없이 간결하며, 순간적인 볼을 몰고 이동하는 속도도 대단하다. 그리고 슈팅 역시 준비 동작 없이 바로 시도하기 때문에 골키퍼 입장에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결국 분데스리가의 대부분 팀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로번의 길목에 아예 수비수 1명을 배치하는 전술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자 로번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후 공격의 선택지를 다양화했고, 아예 오른쪽으로 치고 들어가 크로스를 올려 동료들에게 골 찬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론 뮌헨과 자주 맞붙지 않는 팀들은 로번의 ‘매크로 슛’이 나올지 빤히 알면서도 드리블 저지는커녕 슈팅 타이밍조차 파악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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