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이재정 순풍 교육연정, 누리과정은 '삐끗'

하윤아 기자
입력 2016.01.04 16:02
수정 2016.01.04 16:11

교육청 "누리과정 관련해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 예의 아냐"

도청 "도민이 피해를 보는 상황…도지사로서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해"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데일리안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교육연정’이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파행으로 삐걱대고 있다. 국정교과서 등 굵직한 현안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왔던 두 사람의 사이가 조금씩 틀어지는 모양새다.

현재 경기도는 경기도의회가 올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빚어진 ‘준예산’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둘러싼 경기도의회 내 여야 갈등으로 예산안 처리기한인 지난달 31일 본회의가 끝내 열리지 않으면서 경기도는 사상 초유의 광역자치단체 준예산 사태라는 불명예 기록을 안게 됐다.

경기도의회 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도내 누리과정 예산을 국가에서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도교육청의 예산으로 6개월분을 우선 편성하자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면서 본회의장 내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기도 교육 수장인 이 교육감 역시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교육청의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교육감은 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누리과정 문제는) 중앙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여지가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어린이집 부분은 도지사의 관할 하에 있으니 그 부분만큼은 도저히 편성할 수가 없다. 그러나 유치원 부분은 어렵지만 저희가(교육청이) 편성을 한 것”이라며 “(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액수를 늘려주지 않으면 이건(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맡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남 지사는 이 교육감에 면담을 요청하는 등 대화를 제의하고 있으나, 이 교육감은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교육청 관계자는 4일 ‘데일리안’에 “남 지사 측에서는 지금 유치원분 예산을 쪼개서 어린이집과 나누자는 제안을 하고 있는데, 저희의 예산을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며 “경기도와 협력해서 이뤄나갈 일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하지만 누리과정과 관련한 예산 부분에서 남 지사께서 비록 선이라고 할지라도 월권하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기도청 관계자는 본보에 “지금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도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도정 전체를 책임지는 도지사로서 교육감에게 예산을 확보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특히 어린이집 예산은 교육청으로부터 받아서 시군에 다시 지출하게 돼 있는 시스템이라 들어와야 할 예산이 안 들어오니 도지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남 지사와 이 교육감은 ‘교육연정’(이 교육감은 ‘교육협력’이라고 지칭)이라는 기치 아래 교육 사업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실제 두 사람은 취임 직후 학교용지부담금(803억원)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풀었고, 지난해 6월에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함께하며 △학교시설개선 지원사업 △꿈의 교실 운영 지원 △4대 테마파크 조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8월에는 교육연정이 빚어낸 첫 번째 협력 사업인 ‘착한 교복 입기 사업’과 관련,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도가 행정 지원을, 도교육청이 실수요자 참여 및 의견 수렴을 담당키로 합의했다.

특히 두 사람은 지난해 말 교육계 최대 현안이었던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 ‘반대’ 입장에서 한 목소리를 내며 전임인 김문수-김상곤 콤비의 불협화음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 왔다.

그러나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에 대해 이 교육감이 완강한 입장을 표명하며 남 지사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어 이 같은 형국이 향후 교육연정을 흔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친환경 학교급식, 노후화장실 보수 등 약 1050억원의 교육협력사업 예산이 성립돼 도의회 예결위원회를 순조롭게 통과했다”며 “교육청과의 협력사업은 앞으로도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교육연정이 흔들릴 리는 없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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