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민중총궐기, 백남기 씨 방패삼아 정당화 작업중?

목용재 기자
입력 2015.12.03 11:05
수정 2015.12.03 11:10

민주노총 등 관련 단체, 2차 민중총궐기 정당성 확보 여론전 진행중

전문가 "희생자가 생기면 이들 지원하는 모양새로 정부 압박"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53개 노동·농민·시민사회단체들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하고 청년실업, 쌀값 폭락, 빈민 문제 등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참가자들이 경찰차벽을 움직이려고 하자 경찰이 캡사이신을 섞은 물대포를 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오는 5일 예고된 2차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집회를 주도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관련 단체들이 2차 총궐기의 '명분 쌓기'에 애를 쓰고 있는 모양새다. 2차 민중총궐기는 정부의 '살인진압'에 대항하는 명분있는 투쟁이라는 억지 주장이다.

지난 14일 1차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던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이 경찰 측에 신고한 집회와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 대책위)'가 신청한 집회는 이미 경찰 측에 의해 불허된 상황이다. 또다시 폭력시위로 번질 가능성 때문이다.

다만 전농과 '백남기 대책위'의 집회·행진 신고를 금지한 경찰 측을 비판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신청한 서울광장 집회(5천명 규모)는 이 단체가 14일 열렸던 민중총궐기와 무관해 허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총궐기 관련 단체들은 지난 민중총궐기에서 벌어진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 언급 없이 △농민 백남기 씨에 대한 정부의 '살인진압' △노동개악 저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정부 등의 주장을 펼치며 불허된 2차 민중총궐기를 합리화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민중총궐기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살인진압'으로 규정, 투쟁의 정당성으로 삼고 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난 2일 자신의 단식 소식을 민주노총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면서 민중총궐기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단식을 시작했다. 지난 30일 저녁부터 오늘까지 3일째이며 기한은 정하지 않았다"면서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살인진압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시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빌고자 함이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뜻이다. 공권력의 살인진압을 아무도 책임지고 사죄하지 않는 현실에 항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권과 보수언론의 공안탄압에 굴하지 않고 오는 5일 평화시위의 물결이 불의를 뒤덮길 염원한다"면서 "끝까지 몸으로 맞서자. 물대포가 우리를 얼리면 동지애로 녹이고 꽃과 바람개비, 온갖 가면으로 불통정권에 저항합시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민중총궐기 국가폭력 조사단'이라는 단체까지 3일 출범을 앞두고 있으며 △경찰청장 파면, 물대포 추방시민대회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바람개비 행진 △백남기 농민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촛불집회 등 폭력시위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식의 여론전을 적극 펼치고 있다. 백 씨를 폭력시위를 정당화하는 '방패막'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백남기 대책위는 백 씨의 가족들과 함께 백 씨가 쓰러진 사태에 대한 책임자를 규명하라는 내용의 편지를 교황청 대사에게 전달하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2일 '데일리안'에 "민중총궐기 관련 단체들의 접근 방식은 희생자가 생기면 이들을 지원하는 모양새로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면서 "당시 시위는 이미 시위 해산 경고방송이 된 후, 물대포가 발사되고 있던 불법시위였고 그 과정에서 백씨가 쓰러진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탓으로만 공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 측은 5일 예고된 2차 민중총궐기가 지난 14일의 폭력사태를 또다시 초래할 가능성 때문에 불허한 상태다. 경찰 측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5조와 12조의 근거를 들며 해당 집회를 불허했다.

집시법 5조에 따르면 '집단적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의 대상이다. 또한 12조에 따르면 관할경찰서장은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으로 집회 및 시위를 제한할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본보에 "준법집회는 보장한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지만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현장검거도 하고 예방활동도 벌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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