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올수록 비례대표, 겉은 '태연' 속은 '끙끙'
문대현 기자
입력 2015.07.26 08:12
수정 2015.07.26 08:15
입력 2015.07.26 08:12
수정 2015.07.26 08:15
지역구 선점 위해 국회 비우고 지역으로
지역구 못 잡은 의원들은 묘수 못 찾아 답답
20대 총선(2016년 4월 13일)이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비례대표 의원들은 생존을 위해 일찌감치 지역구를 결정해 공을 들이고 있다. 반면 아직 지역구를 결정하지 않은 비례 의원들은 태연한 척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해보면 한산하다. 대부분 의원 직원들이 지역 사무실로 출근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성을 인정 받아 국회에 발을 들인 비례 의원들도 출마 지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지 오래다.
수도권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비례 의원의 사무실에는 9명의 직원 중 2~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또 다른 비례 의원실을 방문했을 때에도 최소 인원만이 위치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남아있는 이들은 '다른 직원들은 어디에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역 사무실에 내려가 있다"고 답하며 고개를 돌렸다.
의원회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대부분의 비례 의원 직원들이 지역으로 출근해 의원회관이 한산하다"며 "아예 사무실을 통째로 비우고 지역에 내려가 '올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으로 내려가서 일을 하는 경우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인 입법 활동에 소홀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지금 의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 총선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비례대표 52명 중 각 지역의 당협위원장 또는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12명 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을 제외한 40명 중 불출마선언을 한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구를 따내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는 것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
실제로 지금 남아있는 비례 의원의 직원들도 올 하반기 국감을 전후해 연말까지는 모조리 지역으로 내려가 '파견 근무'를 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해당 의원은 물론 보좌진들까지도 좌불안석이다. 오랜 기간 지역구에 공을 들여 당선되면 좋겠지만 낙선될 경우 느끼는 상실감과 허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선거를 치르는 것은 힘들다. 수도권 같은 어려운 지역에 공천을 받아서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안 되면 어떡할건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직 지역구 못 정한 비례대표, 아무렇지 않은 듯 하지만…
비례대표지만 아직 자신의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의원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그 중 일부는 어디에 도전장을 내밀지조차도 정하지 못했다. 지역구를 일찍 잡아 미리 기반을 닦아두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고 볼 때 이들의 상황은 열악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지만 해당 의원의 측근들은 덤덤한 척 하려고 애쓰는 모양새다. 답답한 속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담겼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역 기반이 없는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해당 의원의 상황에 대해 "지금이면 늦은 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좀 더 지켜보는 중이다. 생각은 하고 있다"며 "지역구를 못 잡은 게 아니라 안 잡았은 것"이라고 다소 날카롭게 말했다.
그는 "(지역구를 정하지 못한) 애환이 많다"면서도 "올해 정기국회 때까지는 거기에 충실해야 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그 후부터 움직여도 전혀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또 다른 비례 의원의 보좌관도 "아직 출마할 지역구가 확정된 것은 없고 여러 방면으로 생각 중"이라고 물러섰다. 그는 "일찍 지역을 정하면 부각이 되니까 유리한 면은 있지만 정치적 상황이나 여러 분위기를 봐야하는 부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부분 비례 의원 중에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판단으로 일부러 지역을 아직 안 정한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경쟁자에 밀려 못 정한 것일수도 있다. 그것은 의원님 마음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을 대신해 입을 연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금은 지역구에 힘을 쏟기 보다는 현안에 맞춰 정책적인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비록 차기 공천권 확보가 불투명할지라도 애태우기보다는 차근차근 기회를 엿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다. 정치인의 목적은 선거에서 이기는 것인데 지역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아도 답답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정가 사정에 밝은 한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맛을 한 번 보면 잊을수가 없다. 그래서 한 번 하면 계속하려고 한다"며 "지금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쪽도 모두 기회를 계속 보고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재선 의원의 관계자는 아직 자리를 못 잡은 비례 의원의 사정을 '백조 같은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위에서는 고고한 척하지만 밑에서는 물질하기에 바쁜 백조의 상황이 아닌 척 답답해하는 비례 의원의 처지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구를 둘러싼 판도가 어떻게 될 지 몰라 간을 보고 있는 의원들이 많다"며 "일찍 지역을 선점해두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라고 집었다. 이어 "본인들의 속은 타들어가지만 뾰족한 수가 없으니 답답한 마음을 감추고 있을 뿐"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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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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