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 경제 살리려면 기업인 사면 외면할 여유 없다

이강미 기자
입력 2015.07.13 18:02
수정 2015.07.13 18:27

<이강미의 재계산책> 엔저·중국 증시폭락,메르스여파·그리스 디폴트위기 등 글로벌 리스크 악화

손발 묶인 기업인 다시한번 기회줘야...정부의 경제회생의지 재천명

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데일리안DB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살리고, 어려움에 처한 국가경제와 국민대통합을 위해 사면 범위와 대상을 검토하라”는 주문에 재계가 환영의 뜻을 내비치며 모처럼 활짝 웃었다.

박 대통령의 이날 광복절 특사 검토는 침체된 국내 경기분위기에서 시원한 청량제와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제기해 온 기업인 사면이 이뤄지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면서 “탄원서 제출 등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기업인들의 현장 복귀로 향후 내수 진작을 위한 투자 활성화 분위기도 자연스레 조성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30대 그룹 사장단은 지난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관한 긴급간담회에서 예정된 투자집행, 내수활성화 선도 등을 약속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투자를 결정하는 기업인들이 경제에 기여할 기회를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특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사실상 기업인의 사면 또는 가석방을 공식 요청한 것이다. 지난해 9월 재계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특사 요청 여론을 조성했던 이후 10개월여만이다. 경제 활성화의 동력인 기업 투자가 정상화하려면 대기업 총수들이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그동안 허창수 전경련회장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재계에서는 한 목소리로 기업인 사면을 강하게 요구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마 번번이 ‘땅콩회항’ 사건과 ‘성완종 리스트’ 등이 발목을 잡았다.

산업부장 이강미 ⓒ데일리안DB
기업인 사면은 그동안 재계에서 절치부심하면서 기다려왔던 소식이다. 현재 침체된 우리 경제는 심각한 위기상태에 빠졌다. 특히 지난해 30대 그룹 매출이 사상최초로 감소하는 심각한 위기속에서 경제민주화의 표적이 되거나,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은 해외자본의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계속되는 엔저기조 속에서 중국 증시폭락으로 인한 경제후퇴, 그리스 사태, 메르스 충격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악순환에 빠져있다. 문제는 해결한 방법조차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총수가 부재중인 기업들이나 장기간 수사가 계속되는 기업들은 미래 생존전략 마저 위협을 당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광복절 특사가 단행된다면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과 집행유예 상태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기업에 대한 질책 대신 모든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정책적, 심리적 여건 조성이 절실하다. 특히 광복 70주년을 맞아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국가적 역량을 총집결하기 위해 실질적으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인들이 현장에서 다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주요 기업 한 관계자는 “특히 최태원 회장의 경우, 오는 8월 15일이면 형량의 3분의 2를 채우는 등 꾀부리지 않고 형기를 성실히 채워왔다"면서 "이제는 위축된 국가경제와 내수활성화를 위해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 한국경제는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손발이 묶인 기업인들에게 다시한번 국가경제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면 정부의 경제살리기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강력하게 천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이 잘 돼야 국가경제도 잘 돌아간다. 기업인 사면으로 한국경제가 다시한번 활기를 띠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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