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러시아, 안보리서 북 인권 결의안 기권하는 그날까지...
입력 2015.07.04 08:16
수정 2015.07.04 08:17
<북 인권 NGO 탐방③-북한 인권 감시 단체들>
유엔 사무소 설립 '일조' 북인권 NGO "국제공조가 답"
북한의 ‘주체사상’ 신봉이 마치 민주화운동으로 오인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주체사상을 공부했던 ‘한때 운동권들’도 북한의 실체, 정확히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3대에 걸친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철저히 유린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발걸음은 달라졌다.
그리고 그들의 행보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위한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멀리는 15여년 전부터, 가까이는 10여년 동안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시민사회단체라는 이름으로 뚜벅뚜벅 제 길을 걸어왔다. ‘데일리안’은 이들과의 만남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북한 인권에 대한 무지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그럼에도 이들이 있어 희망을 보았다.< 편집자 주 >
지난해 11월 ‘북한 반인도범죄 책임자의 안보리를 통한 국제사법재판소(ICC) 제소’라는 조항이 명시된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에서 통과됐다. 그동안 없었던 ICC 제소 조항이 포함되면서 북한인권 운동가들은 쾌재를 불렀다.
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를 중심으로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국내외를 뛰어다니며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COI 보고서 채택 등을 이끌어낸 운동가들의 승리였다.
이처럼 ICNK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적극 활동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인권시민연합(이사장 윤현)과 NK워치(대표 안명철) 등 국제 활동을 활발히 벌여온 국내 북한인권단체의 역할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국내 북한인권NGO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단체다. 1996년 설립돼 창립 20주년을 앞두고 있다. 북한민주화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NK워치도 탈북자들이 결성한 최초의 북한인권NGO로서 지난 2003년부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NK워치는 국제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특히 중국각지를 떠도는 탈북난민 구호 사업에도 앞장서면서 중국 등지를 넘나드는 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북한인권 영화 상영, 북한인권 사진전, 북한인권 국제대회 등 북한 인권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국제공론화가 필수적이다”라면서 “우리가 1996년 활동을 시작하면서 유엔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를 위해 활동을 벌였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결의안이 채택됐다. 국제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낸 셈”이라고 말했다.
안명철 NK워치 대표도 본보와 인터뷰를 통해 “유엔을 통해 북한을 압박해야지 북한인권이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궁극적으로는 북한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 지도부들을 ICC에 제소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유엔 청원활동을 계속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북인권NGO '최고령' 북한인권시민연합, "중국·러시아, 안보리서 기권하는 날이 오길"
1996년 처음으로 북한인권운동을 벌이기 시작한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활동가들은 무임금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창립 이후 약 2년간 월급을 받지 않고 단체를 꾸리면서 한계에 봉착했지만 1998년 5월 북한 정치범수용소와 관련된 국제세미나를 개최하면서 해외의 시선을 먼저 끌게 된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라는 단체를 국제사회에 처음으로 알리게 된 계기였다.
김영자 국장은 “당시 미국의 유명 언론에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들과 연결을 원했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의 재정상황을 알리게 됐고, 그 언론이 우리에게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을 알려 줬다”면서 “이후 NED의 지원을 받으며 활동을 벌였고, 1999년 12월에는 민간단체가 처음으로 개최하는 북한 난민인권문제 국제회의를 개최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후 북한인권시민연합은 대전, 프라하, 바르셀로나, 노르웨이, 호주, 제네바, 베를린 등 매년 전 세계를 돌며 북한 난민들이 인권실태를 고발하고 또 알려왔다.
시민연합이 북한 난민문제에 집중하는 이유는 단체 설립 당시인 1996년, 러시아에서 체포된 탈북자 가운데 한 사람을 북한 당국자에게 돌려보내자마자 총살시켰다는 보도가 난 이후부터다.
김 국장은 “그때부터 탈북자들, 북한 난민들의 인권문제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1999년에는 직접 중국으로 가서 탈북자들을 봤다”면서 “이후부터 이 사람들을 외면하면 죄를 짓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탈북난민 구호 사업을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시민연합에서 구출한 탈북자들은 568명이다. 김 국장이 중국을 떠돌고 있는 탈북자 구호 자금을 모으면 실무자들은 그 자금으로 탈북자들을 구출해온다. 김 국장은 올해 탈북자 구출 목표를 100명으로 삼고 현재까지 48명을 한국으로 데려온 상태다.
김 국장은 “거리 캠페인, 북한인권 영화 상영, 탈북민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해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해외에서도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5월에는 캐나다에서도 모금활동을 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해, 올해까지 1300만원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통일로 가는 길은 중국에 있는 북한 난민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중국에 나와 있는 난민에 대해서는 정부가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순전히 뀌어서 모금을 통해 구출사업을 벌이고 있어서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아울러 시민연합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ICC제소를 위한 국제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비토권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적어도 기권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 국장은 “유엔 안보리에서 비토권이 있는 국가를 설득해서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않도록 한다면 ICC제소는 가능한 것”이라면서 “유엔 총회에서도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찬성표를 던지면 그것만으로 북한은 큰 압박을 느낄 것이다. 그것이 국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NK워치, "김정은 ICC제소 위해 유엔청원활동 계속할 것"
‘북한민주화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태동한 NK워치는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해 기권표를 행사하는 모습을 보고 탈북자들이 충격을 받아 설립한 단체다.
2003년 출범당시 단체 이름도 원래는 ‘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였다. 하지만 당시 통일부가 “해당 이름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으니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해 ‘북한민주화운동본부’라는 이름으로 변경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에도 단체명칭을 ‘수용소해체본부’로 바꾸려 했지만 정부가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 안명철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NK워치’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국제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다. UN감시 단체인 UN워치와 자매결연도 맺었다.
안명철 대표는 “애초에 단체를 시작할 때 이름이 ‘정치범수용소해체본부’였는데 통일부에서 법인 허가를 내주려다가 북한을 자극한다고 바꿔달라고 했다”면서 “지금은 결국 ‘NK워치’라는 이름으로 바꿨는데 정부 인사들은 NK워치라는 이름이 더 무서운 것인지 모르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가 단체의 이름을 NK워치로 바꾸면서 김정은의 ICC제소, 탈북자 구호, 북한인권 캠페인 등이 단체의 주요 활동 방향으로 고정됐다.
특히 2012년부터 현재까지 탈북자 200명에 육박하는 북한인권유린 자료를 만들어 유엔에 지속적으로 청원서를 넣고 있다. COI 보고서에 담겨있는 탈북자 80명의 케이스도 안 대표가 일일이 만나 인터뷰한 사람들의 사례다.
안 대표는 “현재 중점을 두고 있는 사항은 유엔을 통해 북한 압박과 ICC제소”라면서 “정치범수용소 출신의 탈북자들과 해외근로자, 여성, 아동 등의 인권유린 증거 자료를 만들어서 유엔 청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청원을 위해 지난 2010년 제네바를 방문했을 때 북한인권 피해 증거 자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식 기준에 맞지 않는 자료들만 들고 갔었던 점이 문제였다”면서 “ 때문에 법적근거가 될 수 있는 북한인권유린 청원자료를 준비해서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청원자료를 넣고 있다. 해마다 20~40명을 넣었으니 현재는 200명 가까운 사례를 유엔에 넣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NK워치는 중국내 탈북자 구출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구조요청이 들어오면 ‘안테나’라고 불리는 브로커 총책, 중국 현지의 브로커와 함께 실제 구조요청인지 여부를 테스트한 후 모금활동에 들어간다.
안 대표는 “전화 메일 등으로 구조요청이 들어오는데 진짜 탈북자인지, 아니면 북한 보위부의 함정인지를 체크해야 한다. 테스트를 통해 안전하다는 판단이 서면 모금활동을 통해 중국의 탈북자를 구출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몇몇 언론에서 탈북 루트를 동행 취재한 이후 기존의 탈북 루트가 완전히 막혔다”면서 “언론이 공개할 부분과 그렇지 않아야 할 부분을 가려서 보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과거 한 방송에서 탈북루트 동행 취재 이후 북경의 꽃제비들이 모두 잡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