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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현장사무소 열리는데, 정작 북한인권법은...

목용재 기자
입력 2015.06.23 14:32
수정 2015.06.23 14:40

<기자수첩>일본 호주에도 있는 북한인권법, 대한민국만 '요지부동'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이 주최해 열린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 17차 화요집회에 참석한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번에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될 것 같아요?"
"아니요. 창피하네요."


국내 북한인권운동가들이 입버릇처럼 주고받는 말이다. 북한인권법이 얼마나 긴 시간동안 묻혀있었는지, “이번에는”이라는 말이 슬프게 와 닿는다.

현재 북한 주민들의 개선을 위한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나라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등이다. 유엔도 지난 2005년부터 매년 북한인권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여기에 23일에는 유엔인권기구 서울현장사무소까지 개소해 북한 내 인권 상황감시 및 증거 보존 역할을 강화하는 업무를 진행한다. 지난 2005년 최초로 발의된 북한인권법이 10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대조적이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4월과 11월 각각 발의된 북한인권법(김영우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과 북한인권증진법(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대표발의)을 하나로 묶어 통과시키려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여야의 입장차가 커 진전의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이에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부터 북한인권법을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으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말 뿐이다. 김무성 대표도 여러차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겠는 입장을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결국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겠다”고 국회의원들의 말은 ‘립서비스’에 그쳤다. 여당은 북한인권법을 처리할 의지가 부족하고 야당은 발목잡기에 혈안이 돼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미적지근’한 움직임은 그렇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지난 4월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한 시민모임’(올인모)이 제공한 ‘국회청년방문단-2015대국회의원 북한인권법 설문조사 결과’(조사기간, 3월16~26일)에 따르면 293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올인모의 북한인권 설문조사에 회신한 국회의원은 43명에 불과했다. 회신한 의원들은 새누리당이 36명, 새정치민주연합 7명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북한인권운동가들이 이 같은 정치권의 행태에 오죽 답답했으면 23일 유엔인권기구 서울현장사무소 개소를 앞두고 내놓은 환영 성명에 정치권을 규탄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올인모는 23일 유엔 인권사무소 환영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과 노력에 반해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인권문제가 무관심 속에 냉대를 받고 있다”면서 “특히 북한인권법에 대해 국회가 이를 방치하면서 대한민국 국민인 북녘동포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올인모는 “이번 6월 임시국회가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찾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올바른 북한인권법의 통과를 막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앞으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여야는 하루속히 성실한 협의를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북한인권법을 제정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인권운동가들이 되뇌이는 "창피하다"는 말, 국회의원들은 이 말의 의미를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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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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