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엘리엇 막으려면 …"경영권 방어수단 적극 도입해야"

이홍석 기자
입력 2015.06.17 15:48
수정 2015.06.17 19:39

한경연, '기업경쟁력 강화 위한 사업재편안 세미나'개최

"사업재편지원 특별법 대상 전 산업으로 확대해야”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제도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기업 사업재편제도 개선의 필요성-일본 산활법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외국계 펀드가 국내 기업들을 타깃으로 경영권 간섭에 나서는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제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최근 미국계 벌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면서 소송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나온 주장이어서 주목된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전무는 1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안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기업이 보다 효율적인 사업 재편을 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주식 도입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무는 최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과 관련해 “1990년대 후반 관련 규제 폐지로 기업인수합병에 무방비로 노출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등 기업권 경영권 방어수단을 확충해야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며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확충해야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사업재편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차등의결권주식 제도는 기업의 지배주주에게 보통주의 몇 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주는 것을 일컫는다. 두 제도는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 도입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돼 있지 않다.

주식매수청구권에서 주식매수 기간을 연장하도록 하는 정부안과 관련, 정 전무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유는 주식매수청구권 가액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소송 종결시까지 회사가 반대주주의 주식을 매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반대주주 입장에서는 소송 종결시까지 주식매수가액에 대해 기본 연리 6% 수준의 이율(상사이율)이 보장되는 만큼 소송을 장기화하려는 유인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전무는 “소송 종결까지 1년에서 2년의 기간이 소요될텐데 이 기간 동안 회사는 반대주주의 주식을 매수할 수 없다” 며 “이는 매수의무기간 연장만으로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매수청구권 제도가 주요국 수준으로 개선돼야 한다”면서 "상장법인의 합병 등의 경우에는 주식매수청구권 자체를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두 제도는 기업사냥꾼의 적대적 M&A 시도를 차단하고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과거 소버린펀드의 SK 주식 매집 등 외국계 헤지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내지는 경영간섭 시도가 있을 때마다 도입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 그러나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1주 1 의결권’ 원칙에 위배되고, 소수 지분으로 경영권을 좌지우지하는 재벌구조를 심화한다는 비판으로 제도 도입은 미뤄지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김지평 변호사는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소유비율 100% 취득규제를 지적했다.

투자대상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두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으로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주식을 100% 취득하지 못한다면 매각할 수밖에 없어 기업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개정된 외국인투자촉진법에서 외국인투자자와의 공동투자의 경우에만 해당 규제의 예외를 인정해주는 것은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교수는 자율적인 사전적 구조조정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회사법제와 공정거래법제, 조세법제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경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패널 토론에 앞서 ‘기업 사업재편제도 개선의 필요성-일본 산활법의 시사점’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한·일간 사업재편법 비교를 통해 국내 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의 적용대상 기업과 지원 내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사업재편특별지원법(원샷법)의 경우, 지난 1999년 산업활력재생법과 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해 자발적 사업재편에도 각종 특례와 세제상 지원을 제공, 올해 2월까지 총 628건의 재편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산활법 적용업종이 197개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며 “그러나 국내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은 과잉공급구조 산업에만 한정돼 불합리하다”고 지적해다.

앞서 배상근 한경연 부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지난해 불룸버그가 발표한 세계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 포함된 국내 기업은 3개사로 2013년 6개사에서 절반가량 줄었다"며 "중국 46개사, 일본 32개사와 비교했을 때도 기업 경쟁력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일본의 가격경쟁력과 중국의 기술수준 향상 사이에 낀 신 너트크래커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기업의 활발한 사업재편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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