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북한인권결의안 그 이후를 생각한다
입력 2014.12.21 10:34
수정 2014.12.21 10:39
<굿소사이어티 칼럼>정부-민간 역할 분담하고 컨트롤타워 운영을
지난 11월 18일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진 결과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이번 북한인권결의안은 지난 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의 인권 실태에 관한 광범위한 조사를 토대로 작성한 보고서가 금년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인정되고 그 결과 북한인권 결의안이 유엔 총회에 회부되었다.
그 동안 북한은 리수영 외무상이 15년만에 유엔 총회에 참석하여 북한인권결의안, 특히 최고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는 문제 등 책임성 제재에 반대하며 각종 유화 제스처와 협박 발언을 병행하는 등 총력을 경주하였으나 결국 제3위원회에서는 관련국가들간의 논의 과정을 거쳐 60개국이 공동 제안한 결의안이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채택되었다.
국제사회의 압박을 통한 문제 해결에 커다란 진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될 것이며 이후 유엔 안보리에 정식 의제로 상정되어, 향후 구체적 이행 절차를 밟게 될 것이다. 다만, 결의안 채택에 있어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였기 때문에 당장 북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럼에도 북한의 인권 유린 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분과 제재와 압박을 통한 문제 해결에 커다란 진전을 보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한국에서도 유엔에서 압도적 다수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에 따른 후속 조치들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나아가 북한 동포들의 인권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권고 사항 이상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개선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 이제까지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유린되고 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고,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 현실에서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들을 구축해 나감으로써 실제 해결에 임해야 할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도 나와있듯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노력에 동참할 뿐만 아니라 북한 동포들을 열악한 인권 침해로부터 구출해내는 차원에서 구체적 작업에 시급히 착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내 북한인권관련 정책 및 법 제도를 본격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 통제할 수 있는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하여야 한다.
지난 10년간 우리 국회에서는 수많은 북한인권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었지만 정작 국회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한 실정이다. 다행히 이번 회기 말,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회에 계류중인 북한인권관련 법안들을 통합, 재정비하여 김영우 의원의 통합안을 상임위인 외무통일위원회에 제출하였고, 야당인 새정치연합도 북한인권관련 법안을 상임위에 제출하여 이번 정기 국회 회기 내에 북한인권법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번 회기 내 북한인권법 채택에 정치력 발휘해야
양당이 제출한 북한인권법의 핵심 내용은 상이하지만 현재로서 절충 가능성이 있어 과거 어느 때보다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북한인권법의 핵심 조항으로서 정부가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헌법상의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합당한 기구와 제도를 구축하고 관련 사업을 위한 안정적인 예산을 책정하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다만,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제기한 북한민생증진법안은 국제사회의 인권문제에 관한 일반적 정서와 접근 방식과 배치되고 기존의 각종 대북지원과 관련한 법안들과도 중첩됨을 감안하여 분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 구상하고 있는 대북시민단체들의 사업 지원을 위한 기금이나 예산 지원을 담당한 북한인권재단의 설치와 운영, 및 예산 책정에 대해서는 국회나 관련 기관들간의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실행 계획안을 마련해나감으로써 양측의 입장을 절충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회기 안에 반드시 북한인권법이 채택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정치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동포들의 인권문제이기도 하지만, 유엔 회원국이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 유엔 결의안에 따라 북한 내 반인도법죄자에 대한 책임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적해 나가야 한다. 이미 결의안에 나와 있듯이 한국에 설치키로 결정된 유엔 현장기반조직(유엔인권사무소)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해 나가고, 특히 이 과정에서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인 업무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해 유엔 북한인권특별조사위원회(COI) 조사활동에서 국내외 수많은 탈북민들의 북한 내 인권유린행태에 관한 생생한 증언과 그들의 고통스런 체험담들은 그대로 기록되고 검증되면서 그 현장성과 공신력으로 인해 국제 사회를 경악하게 했고, 충분한 주의를 돌리게 하는데 성공했다. 결국 사상 최고 수준의 북한인권결의안을 도출해 내는 게 기여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이 같은 많은 탈북민들의 참여가 지속적이고 제도적으로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이들 탈북민들의 증언 확보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북한인권관련 NGO들이 지속적인 협조와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기금이나 재단의 설립은 매우 중요한 현실적 과제가 되었다.
북한 인권유린 행태 앞으로 더욱 지속적으로 감시-추적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서 강조했듯이 북한의 인권유린 행태는 지속적으로 감시되고 추적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 인권침해와 유린 사례들에 대한 지속적인 현장 실태조사 및 관련 자료의 수집 보관을 위해 북한인권법이 제정되고, 우리 정부 내 법무부 등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 담당 주체가 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만에 하나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현재 운영중인 국가인권위원회 산하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를 범정부적 기구로 개편 강화하면서 유엔 현장기반조직과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하여 향후 북한의 광범위한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신고 및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기록,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향후 법적인 구속력을 갖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인권문제가 국제화된 이상 우리로서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보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교육과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앞서 발표된 COI 보고서는 이미 우리말로 번역되어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북한의 반인도적 인권 실상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기반이 구축되어 있으나 이와 관련한 각종 해설과 강연 등 교육을 보다 심층적으로 강화해야 하고 각종 캠페인 성 홍보도 집중적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들에게도 관련 내용만큼 그들 사회의 실상을 자각하게 하는 자료가 없는 만큼 대북방송이나 대북전단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북한인권침해와 유린 실상을 소개하거나 핵심적인 사항들에 관해서는 국내 언론에서도 지속적으로 다루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대화의 창구 더 확대되길 바란다
북한 인권개선문제와 북한의 민생문제해결 등 남북간 대화협력과 인권개선압박 등 두 가지 상호 유리된 과제들은 정부 부처와 민간단체들 사이에서도 각각 역할 분담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더라도 정부 기구간 적절한 역할 분담을 통해 각자 담당한 업무를 조율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컨트롤 타워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이다.
북한인권법이나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 당국이 자행하고 있는 반인권적 행태를 종식시키기 위한 압박 수단이지만, 결국 북한 당국으로 하여금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토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또 북한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천부적 권리를 자각하게 할 준거틀이다. 때문에 이를 개선해나감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 및 교류협력은 보다 탄력을 받아 확대되고 심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통일준비이고 통일기반의 초석이 될 것임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글/유호열 고려대 교수·북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