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다던 황선·신은미 '종북 콘서트' 남몰래 입장
대구 = 데일리안 문대현 기자
입력 2014.12.09 23:00
수정 2014.12.09 23:58
입력 2014.12.09 23:00
수정 2014.12.09 23:58
보수단체 300여명 항의에도 모습 드러내지 않아
신은미 “왜 종북몰이라는 상황까지 됐는지 모르겠다”
‘종북 콘서트’로 논란을 낳고 있는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과 재미동포 신은미 씨가 대구에서 다시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토크 콘서트를 종북 몰이로 하지말라며 당당하던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는 보수단체의 항의에 황급히 공연장으로 들어갔다.
9일 저녁 7시 30분 대구 중구 동성로 동성아트홀에서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가 참여하는 ‘북녘 어린이 돕기 토크 콘서트-신은미·황선 평양에 다녀왔수다’가 개최됐다. 이에 앞서 보수단체들은 콘서트를 규탄하는 항의 시위를 펼쳤다.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평화롭던 동성로 거리는 저녁 6시 30분 콘서트 규탄 기자회견을 앞두고 종북 토크 콘서트를 비판하려는 보수단체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인 경찰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오후 5시 동성로에 도착한 손영한 씨는 “종북 콘서트를 막기 위해 경북 군위에서 여기까지 혼자 왔다”면서 “대구가 이북을 홍보하는 장소도 아니고 왜 국력을 낭비하는 일을 여기서 하는지 말이 안된다”고 분노했다.
손 씨는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가 모습을 보이면 콘서트 개최를 막기 위한 충돌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성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도 “우리도 못 사는데 북을 돕긴 뭘 돕나. 경찰은 저런 여자들을 잡아가야 한다”면서 “북한이 좋으면 북한으로 가든지 해야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우리가 얼마나 없이 살았는데 저러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보수 단체 관계자들은 공연장 앞에서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를 기다리며 저마다 “이 곳에서 콘서트를 하면 안된다”, “대구시민 전부 반대하는데 시민을 뭐로 보고 여기서 이러는 건가”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 갔다.
그러던 중 5시 38분,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가 멀리서 걸어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동안 ‘종북 몰이’라는 여론의 지적에 “통일을 위한 공연일 뿐 종북 행위가 아니다”라고 당당했던 그들은 정작 보수단체 앞에서는 입을 다물었다.
콘서트 중단을 요구하는 수많은 보수단체들을 뒤로 한 채 행사 스태프들의 엄호를 받으며 누구도 모르게 재빨리 공연장 입구로 들어간 것. 좁은 공연장 입구 근처에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던 상항에서 보수 단체들은 이들이 입장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뒤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는 3층 공연장에서 1층으로 내려오지 않았고,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떳떳하게 밝히기를 원하던 대다수의 사람들은 끝내 이들을 만나지 못했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대한민국 상이군경회, 한국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재향경우회,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소속 300여명(경찰 추산)은 한 자리에 모여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대원 대구광역시 재향경우회장은 “보수단체의 메카인 대구 시내 한 복판에서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가 북한을 찬양한다고 한다”면서 “이것을 우리가 그냥 두고 보고 있으면 되겠는가”라고 해 시위 참가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 회장은 이어 “황선은 북한에 가서 원정출산을 했고 신은미는 북한은 젊은 지도자를 만나서 생기가 돈다고 했다”며 “이들을 국가보안법에 따라 즉시 구속수사 하라”고 주장했다.
정청권 고엽제 전우회장도 준비한 성명서를 통해 “종북 몰이로 대한민국을 흔들어대는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와 황선이 대구에 왔다”면서 “우리가 대구시민들과 함께 몰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온 탈북자들은 죽어도 가기 싫은 곳이 북한”이라며 “탈북자들의 고통을 1000분의 1만 이해해도 종북콘서트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는 미국 시민권자로서 어떻게 북한을 오가며 반정부 종북활동을 할 수 있는가”라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보수단체의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콘서트를 준비하던 황 전 부대변인과 신 씨는 공연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행사를 열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황 전 부대변인은 “인천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남북 간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많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희망 속에서 어떻게 이 분위기를 이어갈까 고민했다”면서 “토크쇼를 통해 남북관계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해서 신은미 선생님을 부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이전에 하버드 의대의 한 교수와 일본에서 유명한 작가를 불러 비슷한 내용의 행사를 진행한 바 있었다”면서 “그 때는 문제 없이 진행됐는데 지금 종북몰이의 소재가 돼서 참으로 유감스럽다”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신 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는데 통일을 염원하는 마음은 나도 같은 마음”이라며 “북한의 삶을 남쪽에 전하며 남과 북의 오작교 역할을 하는 게 해외동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해서 하게 됐다”고 토크쇼 참가 배경을 밝혔다.
신 씨는 “대구는 나의 고향이고 과거 경북대에서 북녘 동포의 삶을 전한 적이 있었다”면서 “그 때는 아무 일이 없었는데 지금은 왜 마녀사냥에 가까운 상황까지 이르렀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통일 대상은 북한 아닌가”라며 “왜 종북몰이라는 이런 상황까지 됐는지 오히려 내가 궁금해서 여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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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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