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합숙 수능 출제-검토 방식 근본적 오류있다"

하윤아 기자
입력 2014.11.25 11:19
수정 2014.11.25 11:25

양정호 "출제-검토위원 선후배 관계라 이의제기도 쉽지 않아"

노영완 "권위 없다…아는 사이 토론 더 심해 오히려 긍정적"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15 수능 최종 정답 발표 및 이의신청 심사 결과를 브리핑하며 작년에 이어 또다시 오류가 반복된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의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와 생명과학Ⅱ 문제 오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지만, 여전히 수험생들의 혼란은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현행 수능 출제와 검토 방식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25일 오전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현재처럼 이렇게 한 달간 모여 집단으로 합숙해 출제하는 것은 늘 오류를 안고 있어 어느 때든지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한 달간의 합숙을 통해 수능 문항을 출제·검토하는 현행 방식 하에서는 시간이 촉박할 수 있고, 외부와 차단된 폐쇄적 환경으로 인해 검증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쇄나 배송기간 7~10일 정도를 제외하면 15~20일 사이에 출제와 검토가 반복된다”며 “그러다보면 너무 시간이 촉박하고 또 안에서 계속 문제를 보다 보면 아주 쉬운 오류도 놓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출제위원이나 검토위원은 비슷한 대학 선후배 사이이거나 스승과 제자사이일 경우도 있어 검토위원이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출제위원의 70~80%가 대학 교수, 검토위원의 대부분이 일반학교 교사로 돼 있는 현행 구조상 다소 우위에 있는 교수들에게 교사가 이의를 제기해도 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꼬집으며 “수능이 어떤 형태로 운영됐는지, 수능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등을 완전히 열린 상태에서 보다 근본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수능 출제위원장으로 참여했던 노명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실제 출제·검토과정은 물론 이의제기도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 교수는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실제 보름 정도 사이에 출제와 검토를 마쳐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짧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출제위원들은 이 15일의 출제기간을 지옥의 시간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출제와 검토에서 상당한 수정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자가 ‘그렇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어서 오류가 나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사실 문제를 내고 검토를 아무리 많이 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완벽하게는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노 교수는 또한 출제, 검토위원이 선후배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이의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는 “(출제, 검토위원 간에) 권위와 순종은 절대로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낸 문제에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토론과 토의가 더 심하게 일어난다”며 “그래서 더욱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노 교수는 “수능 EBS연계로 학생들은 선생님보다 오히려 TV강좌에 신경을 쓰게 돼 선생님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며 “EBS와 연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국가가 주관하는 한 차례의 시험만이 유일한 평가 방법인지 근본적인 수능 제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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