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진압복에 이름 달라고? 시위대들도 이름 단다면...
이슬기 기자
입력 2014.10.15 09:31
수정 2014.10.15 10:28
입력 2014.10.15 09:31
수정 2014.10.15 10:28
<기자수첩>‘경찰 인권은 국민보다 아래' 노웅래의 궤변
흠집내기식 호통 질의에 '누구 인권이 더 중요?' 망언도
[기사수정 : 2014.10.15 오전 10:20]
-경찰 진압복에 이름표를 붙여라. 정복에는 붙이는데 왜 진압복에는 이름을 안 붙이느냐. 그러니까 과잉진압, 폭력진압하고 책임없게 하는 것 아닌가.
“경찰들도 인권이 있다. 게다가 이미 진압복에 소속을 나타내는 형광 부호가 표시돼 있고, 상황에 따라 공용으로 쓰이는 것이라 이름은 표시하지 않고 있다.”
-이름을 붙여야 과잉진압을 안 할 것 아니냐. 이름도 안 나오고 책임을 안 지니까 폭력진압을 하는 거다.
“소속 표시가 이미 있을뿐더러 경찰들 개인의 인권도 고려해야하는 것 아닌가. 안 그래도 보도영상이나 사진이 굉장히 많이 찍혀서 개인정보 문제를 겪는데, 이름까지 알려지면 인권을 보호받을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한다.”
“경찰 인권이 먼저냐 국민 인권이 먼저냐 청장이 판단하라. 다음 질의하겠다.”
지난 1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짧은 설전이 벌어졌다.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일선 경찰관들의 진압복에 이름을 표기하지 않은 것을 질타하자, 강신명 경찰청장이 반박에 나선 것이다.
앞서 이날 국감에서는 경찰의 시위대 진압과 관련한 여야의 이견이 팽팽히 맞섰다. 여당이 불법·과격 시위로 시민 불편을 초래하는 전문시위꾼들을 막기위해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경찰이 노동·진보단체만 진압한다며 ‘과잉진압’ 문제를 제기했다.
오후 보충질의에 이르자, 노 의원은 ‘시위 논쟁’의 연장선으로 경찰 진압복에 이름을 표기하지 않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름표가 붙어있지 않아 경찰들이 책임 의식을 갖지 않고, 이 때문에 과잉·폭력 진압을 하게 된다는 논리다.
그러자 지금껏 다소 낮은 태도로 경청하며 답변하던 강 청장이 강한 어조로 반발하고 나섰다. 진압에 동원되는 경찰 개인의 인권도 보호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강 청장은 진압복이 공용인 만큼, 이름표 부착은 맞지 않다는 설명도 차근차근 덧붙였다.
현재 진압복은 중앙에서 공용으로 관리하며, 시위 등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지역 부대에 일괄적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 명찰이 붙어있지 않다. 대신 각 부대에서 알아볼 수 있는 소속 부호를 형광색 테두리 형태로 붙인다. 또한 집회나 시위가 주로 저녁에 이뤄지는 만큼, 형광색 소속 부호가 훨씬 유용하게 쓰인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이유다.
하지만 노 의원의 막무가내식 질타는 계속됐다. 강 청장이 현실적인 필요가 적은 것과 경찰 개인의 인권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노 의원은 답변 중간에 끼어들어 “이름표가 없어서 책임 의식도 없고 과잉 진압을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누구의 인권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보라’는 식의 망언을 내뱉었다. 막무가내식 질의에 스스로 발이 걸려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할 ‘인권’의 무게까지 차이를 둔 것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일선 경찰들이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됐다. 또한 화재현장 투입 시 보호 마스크 등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조차 제공받지 못한다는 점도 재차 지적됐다. 경찰 개개인 역시 국민의 한 사람이며, 그들의 인권도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다.
결국 노 의원의 발언은 여야 모두가 공유한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의심케 만드는 망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설사 흠집내기식 질문으로 인한 순간적인 실수였다고 해도, 국민 전체를 대표해 질의하는 의원으로서 유감 한마디라도 표시했어야 옳다. 실제로 주 의원은 해당 발언 후, 강 청장이 더 이상 답변하지 못하도록 곧바로 다음 질의로 넘어가버렸다.
호통국감이라면 국민들이 이미 질릴 대로 질린 마당에, 명색이 야당 의원이 인권 의식까지 바닥을 드러냈으니 부끄럽지도 않나. 이날 안행위 국감이 생중계되지 않은 게 그로서는 '천만다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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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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