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도 결정했는데...전교조는 이제 헌법위에 군림?

하윤아 기자
입력 2014.08.30 10:33
수정 2014.08.30 10:36

진보교귝감 비호 아래 전교조 전임자 미복귀 여전

"전교조만 예외? 학생들 예외 인정하며 가르칠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전교조 탄압 저지와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전국 교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헌법재판소가 교사의 정치적 활동을 금지한 교원노조법 일부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공무원의 공무 외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조항에 대해서도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로써 지난 6월과 7월 시국선언과 조퇴투쟁을 주도했던 전교조 전임자들에 대한 교육부의 징계 절차가 헌법적 정당성에 힘입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8일 헌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행정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사재판에서 교원 노조가 일체의 정치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3조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교원 노조에 정치활동을 허용할 경우 교육을 통해 책임감 있고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해야 할 학생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공무원의 공무 외 집단행위를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66조 1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헌법소원 등에 대해서도 “공무원이 집단적으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 공무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며 헌법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란 모든 집단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국가공무원법 규정의 의미를 한정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교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과 집단행동 금지가 엄격히 요구되는 시점에도 일부 전교조 전임자들은 참교육을 실천하고 전교조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이유를 들며 교육부의 지침에 반발, 여전히 일선 교육 현장으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그나마 28일 경북도교육청이 징계위원회를 열어 복귀명령에 따르지 않은 전교조 경북지부 사무처장이자 공립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에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전교조 경북지부장 겸 사립고등학교 교사인 이모 씨도 학교 재단으로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 같은 교육청 차원의 징계 의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지만 당초 교육부가 명령했던 ‘직권면직’보다는 다소 가벼운 징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직권면직할 경우 전교조와의 마찰이 깊어지고, 징계를 내리지 않으면 교육부의 지침을 어기는 점을 고려한 교육청의 절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 처벌, 결단 내려야 할 때”

앞서 교육부는 법원의 법외노조 판결에 불복하고 조퇴투쟁을 벌인 미복귀 전임자들에 대해 각 시·도 교육청에 직권면직 직무이행명령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교육감들은 지난달 23일 협의회에서 “전교조 전임자 징계 문제를 교육감들의 판단에 맡겨 줄 것을 촉구한다”며 사실상 교육부의 명령을 거부했다.

실제 당시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부산시교육감을 제외한 16명의 교육감 가운데 진보 성향을 띠고 있는 13명의 교육감들이 교육부의 전교조 전임자 처벌 방침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이후에도 교육감들은 교육부의 직권면직 직무이행명령을 기한 내에 이행하지 않았다. 결국 교육부는 ‘행정대집행’이라는 강한 압박 카드를 꺼내 들고 전교조 미복귀 전임자들에 대한 직권면직에 직접 나설 것을 예고했다.

더욱이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전교조의 활동영역이 좁아지고 있는데다 이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기본권’이라는 법적 근거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이에 미복귀 전임자에 대한 확실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번 헌재의 판결과 관련, “그동안 전교조는 자신들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며 부당함을 주장했지만, 일반적인 시각이나 법적인 차원에서 ‘전교조 교사들은 교육공무원으로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확답을 받는 계기”라고 평했다.

그는 “미복귀한 전교조 전임자 문제는 행정적으로 양해를 구하거나 연장을 요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법적인 차원에서 명백한 판결이 난 상황이기 때문에 연기를 해달라거나 시민들에게 동조를 구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다못해 교실에서도 특정 학생들을 예외적으로 봐준다면 다른 학생들이 충분히 부당하다고 느끼는데 정작 본인들은 헌법 앞에서 봐달라며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하고 있다. 이는 전교조의 특권을 인정해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또 교육부의 직권면직 이행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일부 교육감에 대해 “전교조와 한통속이라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며 “교육감들이 전교조 전임자들의 상황을 봐달라고 하면 할수록 전교조를 감싸는 모양새가 된다”며 교육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밖에 이헌 변호사(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헌재의 결정에 대해 “지극히 당연한 결정”이라며 “전교조 측에서 요구했던 정치적 기본권과 관련된 논란을 다시 한 번 정리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전교조 문제는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헌법의 취지에 따라야 하는 것인지, 자신들의 주장을 계속 끌고 가야 하는지는 학생들이 바라보는 시선을 유의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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