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만 오시면 너희는 다 죽었어' 또다른 사대주의
목용재 기자
입력 2014.08.08 09:33
수정 2014.08.08 09:45
입력 2014.08.08 09:33
수정 2014.08.08 09:45
좌파들 강정마을 해군기지·밀양송전탑 등 언급 기대
통진당은 이석기 구출에 이용하다 여론에 뭇매받기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교황의 방한에 대해 여러 단체에서 ‘아전인수’격의 자의적 해석을 내놓으며 교황의 자신들을 지지해줄 ‘한 마디’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은 정치 공작. 이 의원은 무죄, 석방하라”고 주장하며 교황이 이를 지지하는 듯한 광고를 내놨고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교황의 방한 일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조정하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고 나서자 정의구현사제단은 여기에 합류해 교황의 방문지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6일 명동성당 앞에서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결사 반대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장애인생활시설을 운영하는 꽃동네는 사유화된 형태의 거대 종교 시설이고 이곳에서 장애인들은 지역사회와 격리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이를 이용, 교황에게 꽃동네 방문이 아닌 해군기지·송전탑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 밀양 농성장을 찾아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황의 입을 빌어 현 정부를 비난하려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6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는 한 기고문을 통해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4박 5일 동안의 교황 방문 예정지인 충북 음성 꽃동네는 일종의 강제수용소 모형으로 복음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동시에 함 신부는 교황에게 꽃동네 방문 대신 현재 한국사회에서 정치·사회적으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송전탑 저지 현장을 방문하기를 제안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도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교황의 방한을 정권 이익에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의원 등 내란음모 피고인들의 가족이 교황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반 알현’을 하는 사진을 일부 신문에 광고로 게재 하면서 “8월 11일 이석기 의원과 구속자들이 무죄 석방되도록 국민여러분, 함께 해 주십시오”라는 문구도 함께 넣었다.
이 광고사진에는 교황이 내란음모로 구속자의 가족에게 ‘안수기도’를 하고 있는 장면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내란음모사건 구속자 가족들의 간절한 호소에 교황이 기도해주셨습니다. 국민여러분, 도와주십시오”라는 문구도 함께 넣었다. 마치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석기 의원은 무죄라고 주장하는 가족들에게 동조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돼 있다.
이같이 교황의 방한을 두고 자의적인 해석, 바람을 내놓고 있는 일부 단체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원로 신부인 박홍 신부는 6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교황은 죄는 미워하지만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내란음모사건 구속자 가족에게 안수기도를) 하셨을 것”이라면서 “해당 사진을 들고 가족들이 염수정 추기경을 찾아가 억지를 부렸기 때문에 천주교 측에서도 이를 무시하지 못하고 이석기 선처 탄원서를 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도 과거부터 사회를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이들”이라면서 “교황의 꽃동네 방문을 반대하는 것도 그들의 삐딱한 태도가 원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계성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대표도 “교황은 사랑과 평화를 전파하러 한국에 오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대통령 퇴진, 국정원 해체, 해군기지·송전탑 건설 반대 등을 외치는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이 자신들의 생각대로 정해진 교황의 일정을 뒤집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의구현사제단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우려먹다가 동력이 떨어지니까 현재 박 대통령 퇴진, 세월호 참사 쪽으로 갈아탄 상황”이라면서 “교황의 입을 빌려 정부를 비난하고 싶은 모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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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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