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째 방치된 이석기제명안, 혈세만 5억 '줄줄'

김지영 기자
입력 2014.08.06 11:00
수정 2014.08.06 11:20

RO 정체 밝혀지고 1년간 세비, 보좌진 급여 등 수령

세비 중단해도 의원직 유지되면 통진당에 14억원 지급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들이 29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첫 항소심 공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판결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석기 제명안(국회의원(이석기) 징계안)’이 1년 가까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방치되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1심 판결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이 의원에 대해 1심보다 무거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이 의원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오는 11일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 의원에 대한 제명안은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돼 1년이 다 되도록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 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수차례 제명안 단독 처리를 시도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윤리특위 불참과 반대 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제명안 처리 반대 이유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점을 들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해 11월 제명안을 윤리특위에 단독 상정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측은 국회선진회법상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 제명안을 회부했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법안은 최장 90일간 처리가 불가능하다. 새정치연합 측은 이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명안 처리를 거부했다.

안건조정위 기간이 만료되고, 이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진 뒤에도 새정치연합 측은 제명안 처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해 당시 윤리특위 야당 간사였던 박범계 새정치연합 의원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 절차와 이 의원에 대한 2심 공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 4월에는 세월호 참사가 이석기 제명안 상정의 발목을 잡았다. 당초 새누리당 측은 4월 17일 제명안을 윤리특위에 단독 상정할 계획이었으나,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제명안 상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6월 지방선거, 7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 모두 ‘역풍’을 우려해 몸을 사린 것이다.

문제는 제명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상고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이 의원의 국회의원직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구속 수감돼 업무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이 의원과 의원실 보좌진들은 꼬박꼬박 세비와 급여를 수령한다. RO(혁명조직)의 정체가 밝혀지고 현재까지 지출된 혈세만 5억여원에 달한다.

이에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 등은 지난해 11월 ‘이석기 세비중단법(국회의원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은 지난 2월 한 차례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된 뒤 계류 중이다. 구속 사실만으로 자격을 정지하는 것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새정치연합 측의 반대 때문이었다.

실제 원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가 상급심에서 무죄, 또는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으로 번복된 사례가 많아 구속 기소나 유죄 판결만으로 국회의원으로서 모든 권한을 중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특히 의원직을 제명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세비 지급을 중단한다고 해도 통합진보당에 이 의원의 몫이 포함된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돼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비교섭단체의 보조금 액수는 원내 5석 이상이냐, 미만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재 통합진보당의 의석은 이 의원을 포함해 5석이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제명됐더라면 2억원 내외에 머물렀을 통합진보당의 분기별 경상보조금이 이 의원의 의원직 유지로 7억여원씩 지급되고 있다. 연으로 따지면 28억여원이다.

결과적으로 이 의원에 한정해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제명안 처리뿐이다. 이 의원이 항소심에서도 불복해 상고할 경우, 이 의원의 의원직은 형이 최종 확정되는 내년 초까지 유지된다. 이 의원의 세비와 별개로 통합진보당에 많게는 3개 분기 동안 14억원 가량의 추가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제명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윤리특위 전체회의가 하반기 원구성 이후 한 차례밖에 열리지 않는 데다, 이 회의에서 현직 의원에 대한 징계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더욱이 세월호 특별법(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안 등)과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의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여야가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이석기 제명안은 물론, 새누리당 측이 주도하고 있는 어떤 법안도 처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윤리특위 위원장인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6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제명안 처리는 윤리특위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관련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고, 세월호 특별법 등 여러 복잡한 정치 상황이 있기 때문에 여야의 정치적 조정이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