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퇴' 유태인 사냥 버금가는 파시즘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7.01 08:25
수정 2014.07.01 08:35

자유경제원 토론회 "한국 민주주의 의사결정 과정 위기"

"잘못된 의사형성 유도 국가주도 매카시즘보다 더 악성"

자유경제원이 30일 개최한 ‘우리는 이상사회를 살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는 “지금 한국사회는 파시즘의 단계는 결코 아니지만, 크고 작은 일에 파시즘에서 사용하는 대중선동 수법이 일상화됐다”고 진단했다. ⓒ자유경제원

문창극 총리후보의 낙마 사태를 비판하는 우파 지식인 사이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의사형성과정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경제원이 30일 개최한 ‘우리는 이상사회를 살고 있는가’ 토론회에서 홍성기 아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는 “지금 한국사회는 파시즘의 단계는 결코 아니지만, 크고 작은 일에 파시즘에서 사용하는 대중선동 수법이 일상화됐다”고 진단했다.

문 후보의 지명과 자진사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거짓과 왜곡, 선동에 취약한 사회를 드러낸 단적인 예라는 주장이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문 후보가 2011년 온누리교회에서 강연한 내용을 지난 11~12일 KBS가 ‘검증보도’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비롯됐다. 보도 이후 야당이 문 후보에 대해 친일·식민사관이라며 비판했고, 새누리당의 서청원, 김무성 의원과 6명의 초선 비례대표 의원이 문 후보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KBS 방송 이후 여론조사 결과 ‘친일파 문 후보를 총리에 임명해서는 안된다’ 의견이 절대 다수가 됐다. 이후 MBC의 전체 동영상 방영과 보수진영의 원로, 지식인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문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재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24일 문 후보는 총리 지명 14일만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교수는 이번 사태를 일종의 ‘왕따 만들기’와 같은 사회병리적 현상으로 규정했다. 그는 “언론이 효율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집단 선동할 수 있는 여건을 주입하고, 선거와 지지율에 민감한 정권과 정당은 조작 여부와 상관없이 여론의 추세에 허리를 굽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처럼 현재 한국사회를 주기적으로 위기 상황으로 몰고가는 요인은 언론의 사실왜곡”이라면서 “과거 히틀러의 독일에서 반유태인 선동이 먹혀들어갔던 것처럼 지금 한국에도 정치적·사회적 매장을 의미하는 ‘친일 매카시즘’이 가능하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보편적 민주주의의 원리는 선거나 국민투표와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자격으로 참여한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당연히 적절한 의사형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중의 의사형성과정에 개입해 사실을 왜곡시켜 잘못된 의사형성을 유도하는 것은 국가가 주도하는 매카시즘보다 더 악성이다”라고 덧붙였다.

홍 교수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지난 2월 한 언론이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보도 내용을 사례로 들었다. 윤 전 장관이 원유 유출사고 현장을 찾아 주민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으면서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았던 것이 악의적으로 보도된 것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자진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홍 교수는 “당시 윤 전 장관이 독감으로 인한 기침을 하면서 코와 입을 막았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이후에도 해당 사진기자는 ‘장관도 코를 막을 만큼 현장에는 심한 악취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사실왜곡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당시 보도사진에는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1일 오전 원유 유출사고를 입은 전남 여수시 신덕마을을 방문해 주민의 항의를 들으며 코를 막고 있다’는 설명이 있다. 홍 교수는 “이 사진설명보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이후에 덧붙여진 ‘해당 마을은 1995년에도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마을로 이번 기름 유출로 코를 찌르는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는 내용이 덧붙여진 데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지금도 유투브에 해수부가 올린 풀영상이 존재한다”며 “동영상을 보면 약 1분 후에 윤 전 장관이 기침하는 소리가 들린다. 위의 내용을 보도한 사진기자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어떤 도덕적 책임도 질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행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에 대한 언론보도도 마찬가지로 KBS는 시청자의 관점을 주도하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치밀하게 계산된 내용으로 방송됐다”고 그는 지적했다.

당시 9시뉴스 앵커의 보도 내용을 보면 ‘교회 장로인 문창극 후보자가 교회 강연에서 일제의 식민지배와 이어진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문 후보자의 역사인식을 엿볼 수 있는 강연인데, 파문이 예상됩니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는 방송 전체의 방향과 내용을 규정하는 키워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취재기자가 ‘문 후보자는 지난 1993년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한미관계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습니다’라고 보도한 대목에 대해서는 “경멸감을 전달하고 있다”고 홍 교수는 지적했다.

홍 교수는 “KBS의 문 후보의 교회 강연 방송은 보도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전형적인 언론주도 매카시즘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사적 영역에서 가장 적합한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무시한 것”이라면서 “특히 두 번째 방송을 권영경 교수라는 전문가 의견으로 마무리한 대목은 기독교 신학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는 기독교 역사관의 정당성 여부에 관한 것으로 정교분리의 한국에서 특정 종교의 신학논쟁까지 정치화해 보도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문 후보의 교회 강연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기독교의 관점에서 풀이한 신앙 간증일 뿐이었는데도 지금 우리 사회에는 크고 작은 일에 파시즘에서 사용하는 대중선동수법이 일상화되어 있다”면서 “이를 여당이 추동하고 지명권자인 대통령이 방기했거나, 혹은 방기할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 한국 민주주의의 의사형성 과정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 원장도 “이번 문 후보의 교회 강연을 왜곡시켜 보도한 것은 파시즘의 부분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효순·미선 사건, 광우병 파동 등 지금까지 언론이 선전선동으로 국론분열에 앞장서온 사례는 많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재난방송의 원칙은 첫째, 피해자를 직접 보도하지 않는다 둘째, 재난구조기관을 신뢰하고 협조한다인데 한국의 언론들은 이를 지키지 않아 2차 재난으로 몰고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치위원회 규정에서 아예 ‘정치 방침에 따라 조합의 정치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민주노총과 제 민주단체 및 진보정치세력과 연대해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추진한다’는 행동 규칙을 정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조항에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및 진보정당 활동 관련 교육선전’을 명시하고 있는 만큼 이 교육선전을 약간만 바꿔도 선전선동이 된다”면서 “이런 점을 감시하고 보도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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