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세상된 대한민국, 보수의 자멸 언제까지...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6.05 16:20
수정 2014.06.06 10:11
입력 2014.06.05 16:20
수정 2014.06.06 10:11
보수 성향 교육감 후보들 차별성 없이 이전투구
교육정책 진영논리 휘말려 "직선제 재고" 지적도
6.4지방선거에서 ‘친 전교조’ 교육감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는 결과를 낳은 것과 관련해 우선 우파 내부의 분열이 큰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같은 성향을 표방한 후보들이 난립하면서도 정치적 감각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한마디로 ‘아마추어리즘’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후보들에게서 현실교육의 문제점을 고치려는 절실함은 찾아볼 수가 없고, 이전투구를 일삼는 모습에서 흡사 교육감선거를 ‘로또’ 정도로 경시하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나왔다.
동시에 교육감선거가 사실은 굉장히 큰 정치판인데도 불구하고 겉으로만 정치가 아닌 것으로 포장하고 있는 선거제도가 가진 한계점도 지적됐다. 일각에서는 당장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교육감 선거제도를 큰 틀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우파 내부에서 나왔다.
보수의 분열로 패배한 ‘어게인 2002’ 예상된 결말
이번 교육감선거 결과를 놓고 우파 시민사회에서는 “사실상 뻔한 결말”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고승덕 후보와 문용린 후보가 같은 보수 후보를 표방하면서도 끝내 단일화를 이루지 않았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사실 현실적으로 ‘깜깜이 선거’라 불리는 교육감선거는 이미 세력싸움으로 치러지고 있는 현실에서 좌파에서 ‘혁신학교’를 내세운 세력이 뭉친 반면, 우파에서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미리 우파의 진영 이슈도 못 만들었고, 후보 단일화도 이루지 못해 결국 반전교조의 외침보다 전교조가 먹히는 선거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이창원 한성대학교 교수는 “우파 후보들 가운데 정책적 차별성도 돋보이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공약없이 오히려 조직적인 분열이 심각했다. 이렇게 이전투구로 가는데 표를 던질 유권자가 없다”면서 “반전교조를 외치면 지지할 것이라는 단순 이분법적 사고도 문제점으로 원래 학부모란 자식 문제에는 물 불 안 가리는 법인데 여기에 이분법적 논리를 들이대선 안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고 후보와 문 후보를 각각 지지한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선거가 끝난 이후까지도 지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점에 대해 각각 다른 주장으로 깊게 패인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우선 고 후보를 지지했던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우파 일각에서 진정성없이 일방적으로 후보를 정해서 최악을 결과를 가져왔다”고 했다.
그는 “단일화 과정에서 좌파는 학습효과가 있어서 방법을 안다. 특히 후보 단일화 문제는 돈과 명예를 던지는 것이므로 상당히 조심스럽다”면서 “그런데도 우파에서 단일화를 논하면서 공감대가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 후보 단일화는 절대 일방적이어서도 안되고, 선공후사와 같은 공감대가 있어야 하는데도 이를 논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고 후보의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된 이후 후보 사퇴 논의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그는 ”광주 출신인 고 후보를 지지하는 층이 새누리당에 반감이 있는 유권자들이었다는 점에서 고 후보가 기권을 해도 조 후보에 갈 표가 더 많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항변했다.
반면, 문 후보를 지지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고 후보가 자신의 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사퇴할 기회를 놓친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에 조선일보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맹비난했다.
그는 “고 후보가 나와서 한 역할 중에 교육감선거가 있다는 것을 알린 부분은 있다고 보지만 결국 보수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와서 표만 나누는 결과를 만들었다. 게다가 고 후보는 딸의 글이 논란이 된 이후에도 문 후보를 비방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며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조선일보에도 책임을 묻고 싶다. 마지막 여론조사를 다른 매체보다도 가장 늦게 발표하면서 고작 500여명의 표본을 갖고 고 후보가 월등히 앞서는 것으로 발표했다. 군소 매체도 1000명 이상의 표본으로 조사를 하는데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은 “이번 우파의 패배 원인에 대해서는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하기 전에 광역단체장과 맞먹는 교육감선거 제도의 문제점부터 논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전 사무총장은 “광역단체장 선거 단위와 똑같은 교육감선거를 정당의 개입없이 오로지 개인의 선거로 치르고 있는 현 제도의 문제점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사실상 겉으로만 정치가 아닌 것처럼 포장돼 있는 바람에 ‘표심과 당락의 불일치’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에 조희연 후보가 39.2%로 당선됐으나 반대편 진영의 세 후보를 찍은 표심이 60%가 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전 사무총장은 “후보 단일화 문제는 좌파와 우파의 성향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좌파에서는 연대를 강조해서 일사분란하게 단일화가 이뤄지는 반면,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우파에서 단일화는 정말 어렵다”며 “이렇게 겉 다르고 속 다른 선거가 우파에게 안 맞는데 물밑으로 단일화를 하려니까 부작용만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 다시 불붙나
이와 함께 현 교육감선거가 가진 한계점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교육의 선진화는 자립성에 있고, 교육정책이 특정 정파에 휘둘려서도, 정치논리에 훼손되어서도 안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감선거가 오히려 국민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교단의 문제점을 만들어왔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러닝메이트제를 포함해서 큰 틀에서 다시 교육감선거를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이번에 나온 우파 시민사회의 중론으로 확인됐다.
전 사무총장은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정책에까지 중앙의 통제가 이뤄지고, 교육감들이 소신없이 뜨내기처럼 교육청에 잠시 머물다가는 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한 투쟁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지금 또다시 반작용이 나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대의명분보다 현실의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창원 교수는 “이제 와서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자고 하는 것은 교육자치의 중요성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이런 주장은 현 교육감선거가 가진 문제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우파가 교육자치를 더 훼손시키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교육감 선출 방식은 지난 1949년 이후 임명제를 유지해오다가 1991년 간선제, 2010년 직선제로 바뀌었다. 현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직선제 폐지를 위한 헌법소원을 낼 방침으로 직선제의 대안으로 대통령 또는 교육부장관이 직접 교육감을 임명하는 ‘임명제’, 직선제와 임명제의 중간형인 ‘간선제’ 지자체장과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교육감선거 결과 17개 시·도 중에 진보로 분류되는 좌파 진영에서 13명, 보수로 분류되는 우파 진영에서 4명이 당선되면서 교육정책을 둘러싼 일선 교육청과 정부의 갈등이 예상된다. 교육부가 중앙교육정책을 관장하지만 실질적인 시행 권한은 각 지역 교육감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좌파 진영의 교육감들이 공약으로 내놓은 전교조 학교 모델인 ‘혁신학교’를 확대하기 위해서 기존의 자사고가 대거 폐지되는 등 교육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교육감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5년마다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있으며, 공약 발표 때마다 “자사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위주 교육을 하고 있어서 엄격한 평가를 통해 일반고나 혁신학교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교육감선거 결과에 대해 전희경 사무총장은 “좌파 출신 교육감들이 내세운 교육정책은 개인의 경쟁력을 무시하고 학교간 경쟁력을 무시해서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시키려는 것이었다”면서 “따라서 이번 교육감선거의 결과는 오히려 낡은 가치를 추구하는 ‘수구’의 약진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파 진영에서는 이번 교육감선거 결과를 놓고 ‘진보 교육감의 승리’라고들 하지만 ‘진보’란 어휘 자체가 ‘좀 더 나은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고, 당선된 교육감들 중 전교조 출신이거나 친 전교조는 엄밀하게 말해서 ‘좌파’로 부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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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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