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건강한 경쟁? 고개 숙인 ‘비운의 탈락자’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5.09 12:05
수정 2014.05.09 12:14

역대 탈락자, 명백한 부상·부진이 발목

박주호·이명주·이동국 등 탈락이유 '글쎄'

박주호의 탈락을 바라보는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 연합뉴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 팀마다 나설 수 있는 선수는 23명이다.

최고의 선수들이 경쟁하는 만큼, 비운의 탈락자는 나오기 마련이다. 실력이 충분해도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자들에게 밀리거나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월드컵 꿈이 좌절되기도 한다. 한국축구 역대 월드컵에서 비운의 탈락자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2006 독일월드컵에서의 이동국이다.

2002년에는 황선홍, 안정환 등 쟁쟁한 선배 공격수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다면, 2006년에는 지역예선과 평가전에서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하고도 본선 직전 리그에서 당한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이동국이 월드컵에 출전했다면 베스트 11로 중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에 더욱 아쉬운 결말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2010 남아공월드컵에는 이근호와 곽태휘가 비운의 주인공이었다. 지역예선에서 허정무호 황태자로 불릴 만큼 맹활약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탈락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근호는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장기간 A매치 득점포 침묵에 따른 슬럼프에 빠졌고, 곽태휘는 벨라루스와의 평가전에서 무릎을 다쳐 좌절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이들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한풀이 기회를 잡았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도 아쉽게 낙마한 선수들이 나왔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단연 이명주와 박주호다. 올해 K리그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가로 높이던 이명주는 최종엔트리에서 기성용-박종우 등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박주호는 부상으로 윤석영에게 자리를 내줘야 했다. 하지만 이들의 탈락은 이번 최종엔트리 선발을 놓고 공정성 논란을 불러왔다.

이명주는 포항에서 공격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활약했지만 공격적 성향이 더 강한 선수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에서 이명주의 역할을 수비형 미드필더로만 국한시켰다. 이명주를 탈락시킨 명분도 1월 비시즌 전지훈련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시즌 개막 이후 완전한 몸 상태에서 K리그에서 보여준 활약은 평가 대상에 반영되지 못한 셈이다.

기성용이 대표팀 붙박이 주전이라고 했을 때 이번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분류된 선수는 한국영과 박종우다. 이명주는 유사 시 기성용의 역할을 대체할 수도 있지만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되면 구자철이나 김보경과도 경쟁할 수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명주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제대로 실험한 적이 없다.

기성용은 현재 부상으로 러닝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구자철, 김보경이 리그에서 최근 활약이 신통치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쉽다. 이명주가 유럽파가 아닌 국내파라서 손해를 본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 대목이다.

박주호는 부상으로 부득이하게 하차한 경우다. 하지만 박주호의 부상이 월드컵 출전에 무리가 따를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박주호의 병명은 봉와직염으로 박주영과 같다. 현재 대표팀 최종엔트리에 합류한 선수들 중에도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적지 않다.

사실 팬들 사이에서 더 큰 논란을 일으킨 것은 박주호의 탈락 자체보다는 대체자로 발탁된 것이 홍명보 감독의 애제자인 윤석영이라는 점이다. 윤석영은 '제2의 박주영'과 비견될 정도로 올 시즌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꾸준한 활약이 대표팀 선발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던 홍명보 감독의 원칙을 부정하는 또 다른 사례다.

박주호의 부상 정도를 떠나 윤석영을 발탁한 것을 두고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이는 중동리그에서 맹활약하던 남태희를 배제하고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나란히 부진했던 지동원을 발탁한 것과 비슷한 사례로 거론된다.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도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이후 계속해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선수다. 이동국은 홍명보호 출범이후 한 번도 부름을 받지 못하며 일찌감치 최종엔트리 낙마는 예견된 일이었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박주영, 지동원, 윤석영 등 소속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거나 홍명보 감독의 애제자라는 사실 때문에 '특혜' 의혹을 받은 선수들이 수두룩한 반면, 이동국은 홍명보 체제에서 실력을 보여줄 단 한 번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동국의 월드컵 비운과 맞물려서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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