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위와도 -4.0' 무책임·무방비에 눌린 LG호
입력 2014.05.09 10:35
수정 2014.05.10 07:30
망가진 팀 버리고 먼저 탈출한 감독
후속대책 없이 최악 사태 방치한 구단
LG 트윈스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초반 9승1무21패로 꼴찌에 머물러있는 LG는 8위 한화와도 무려 4경기차다. 올 시즌 들어 가장 크게 벌어진 승차다. 김기태 감독이 자진 사퇴라는 강수를 둔 이후에도 5승9패로 성적은 더 추락하고 있다.
LG는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며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모처럼 LG 야구에 봄이 찾아왔다는 낙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짧은 영광 뒤 불안 요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LG는 1년 만에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LG의 팀 성적과 관계있는 모든 이들이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가장 먼저 지적받아야 할 것은 물론 김기태 감독이다. 자진사퇴 직후만 해도 김기태 감독에 대해서는 '오죽했으면' 하는 동정론이 우세했다.
김기태 감독이 LG를 이끄는 동안 크고 작은 악재 속에 마음고생이 컸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이전에도 몇 차례나 이미 사퇴여부를 놓고 갈등했던 경우도 있었다. 김기태 감독은 사퇴의 변으로 '자신의 퇴진이 선수단이 다시 뭉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말 그대로 궤변에 불과했다.
팀은 감독을 중심으로 한 시즌을 소화할 계획이 구상되고, 그 팀에 대해 문제와 장단점을 가장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도 감독이다. 리더가 자리에 연연해서도 안 되지만, 문제에 직면했을 때 끝까지 책임을 지고 해결책을 찾아내려 노력하는 것도 리더의 덕목이다.
김기태 감독이 사퇴할 당시 시즌이 20경기도 치르지 않았던 때다. 책임을 질 때 지더라도 최소한 올 시즌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났을 때 거취를 결정하든지, 아니면 시즌 전 포기했어야 했다.
김기태 감독 사퇴를 전후 LG 구단의 행태도 이에 못지않다. LG가 김기태 감독에게 확실한 전권을 보장하고 위기상황 때마다 힘을 실어줬다면 김기태 감독이 과연 그런 무책임한 결단을 내리는 상황에 직면했을까.
결국 감독이 사표를 던진 상태라면 최대한 분위기를 수습해 팀을 안정시키는 것도 구단의 역할이다. LG 구단은 김기태 감독이 사퇴의사를 확고히 한 이후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시간을 허비했고, 여전히 감독이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지휘봉을 잡고 있지만, 감독대행 직함조차 받지 못한 말 그대로 임시직이다. 확실한 책임감과 장기적인 비전을 두고 자신만의 팀을 꾸려가려는 감독과 임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수석코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다. 감독이 떠난 상태에서 다른 코칭스태프가 남아 있더라도 책임감을 가지고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시즌이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LG의 분위기는 벌써 절망적인 상황으로 향해 치닫고 있다. 이전 시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이 반 년 만에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것도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LG에 필요한 것은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팀의 미래에 대한 대안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즌 날아갈라' 발 동동 구르며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LG 팬들의 속마음을 진정성 있게 들여다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