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코리안 원투펀치, 닮은 듯 다른 '반전 계기'
김종수 기자
입력 2014.03.09 00:16
수정 2014.03.11 08:51
입력 2014.03.09 00:16
수정 2014.03.11 08:51
정찬성, 지나친 공격 일변도 운영 자제하며 승리 다가가
김동현, 뻔한 패턴 털고 화끈한 공격 가미해 도약
‘스턴건’ 김동현(33·웰터급)과 ‘코리안 좀비’ 정찬성(27·페더급)은 UFC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원투펀치다.
‘에이스’ 임현규, ‘미스터 퍼펙트’ 강경호, ‘철권’ 방태현, ‘슈퍼보이’ 최두호, ‘불도저’ 남의철 등 최근 들어 UFC 코리안 파이터들이 부쩍 늘었지만 성적과 위상 면에서 비교했을 때 김동현-정찬성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최근 UFC 10승 고지를 밟은 김동현은 2008년 당시 동양파이터들에게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UFC에 한국인 최초로 진출해 ‘일정 기간 버티기만 해도 다행이다’는 혹평을 비웃듯, 어느덧 UFC 웰터급 공식랭킹 10위에 올랐다.
주목할 것은 김동현의 전장이 UFC 웰터급이라는 점이다. UFC에서도 ‘죽음의 체급’으로 불릴 만큼 강자들이 우글거린다. 맷 휴즈 시대를 거쳐 ‘절대강자’ 조르주 생 피에르의 장기집권기를 거쳐 다시금 전국시대로 접어든 현재까지 늘 강자들이 넘쳐났다.
타 체급 같은 경우 챔피언을 중심으로 일부 상위권 강자들이 균형을 이루는 형국이지만, 웰터급은 랭킹 10위권 선수들 모두 타이틀 매치에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비상식적인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랭킹 10위 자체도 대단하지만 웰터급에서의 성적이라 더 박수를 받을 만하다.
꾸준히 단계를 밟아가며 랭킹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김동현과 달리 ‘코리안 좀비’ 정찬성(랭킹 5위)은 초반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화끈한 경기를 펼치며 고속 성장했다.
초반부터 캐릭터 하나는 확실했다. 2010년 4월, WEC 48에서 열린 ´배드보이´ 레오나르도 가르시아전은 정찬성의 격투 인생을 바꿔놓았다. 터프하고 근성 있는 파이터로 유명한 가르시아를 맞이해 당시 무명의 정찬성은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세기의 난타전을 펼쳤다.
수많은 현지 팬들은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동양권 선수가 경기 내내 미친 듯이 옥타곤을 휘젓자 단숨에 매료됐다. 당시 정찬성의 경기는 UFC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포레스트 그리핀-스테판 보너전과 비교될 정도였다. UFC 다나 화이트 대표 역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아쉽게 판정패하기는 했지만 ‘코리안 좀비’ 티셔츠까지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는 등 정찬성 입지의 대전환 계기가 됐던 중요한 경기였다.
물론 당시 상황은 정찬성에게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안겨줬다. 화끈한 경기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데 성공했지만 어쨌든 가르시아와의 1차전에서 패했다. 설상가상, 다음 경기에서 조지 루프에 KO로 무너지며 첫 연패에 몰렸다. 자칫 잔류가 불안해질 수 있는 흐름이었다.
하지만 정찬성은 당시 전환점에서 한 단계 진화에 성공했다. 공격 일변도의 운영에 수정을 가하면서 체계적인 패턴플레이와 강약조절에 신경을 쓰며 화끈한 경기 내용 속에 승리까지 따냈다. 그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UFC 데뷔전이기도 했던 가르시아와의 2차전에서 ‘트위스터(Twister)'라는 실전에서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기술로 리벤지에 성공한 것을 비롯해 상위권 강자로 꼽혔던 마크 호미닉을 상대로는 ’7초 KO승‘을 거두며 현지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이후 확실한 기량차이로 더스틴 포이리를 잡아냈고, 부상 불운 속에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극강의 챔피언 ‘폭행 몬스터’ 조제 알도(27·브라질)와도 명경기를 연출했다.
이처럼 정찬성이 지나칠 정도의 화끈한 운영방식을 어느 정도 자제하며 진화에 성공했다면, 김동현은 패턴플레이 위주에서 좀 더 공격적인 파이팅 스타일을 가미하며 한 단계 도약했다.
김동현은 꾸준히 승수를 쌓아왔지만 현지에서 인지도나 입지가 넓지 않았다. 압박형 그래플링위주로 판정 승부를 펼쳐 지루한 파이터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국내 팬들 입장에서는 승리 하나만을 가지고도 열광할 수 있겠지만 UFC 주최 측의 호감을 사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티켓파워를 갖춘 백인히어로도 아닌 데다 오히려 화끈한 선수들을 그래플링으로 잡아버리니 ‘미운털’이 박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에릭 실바 전에서 터진 그림 같은 카운터펀치를 기점으로 김동현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국내외 관계자와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뒤따르며 단순히 체급내 강자를 잡아낸 것 이상의 효과를 봤다.
자신감을 충전한 김동현은 이후 존 해서웨이(27·영국)전에서 백스핀 엘보우 기술로 3라운드 KO를 이끌어내며 일약 이미지쇄신에 성공했다. 정찬성에게 루프전 패배가 약이 됐다면, 김동현은 실바전 승리를 통해 환골탈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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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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