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사실상 뺏긴 두산·SK…누가 더 손해?

박상현 객원기자
입력 2013.11.18 09:31 수정 2013.11.19 17:52

두산, 보상선수 없지만 정수빈·김재호로 공백 만회 가능

SK도 한화서 데려올 선수 마땅찮아…대체할 선수도 없어

정근우 이후를 대비하지 못한 SK는 당장 내년 시즌이 다급해졌다. ⓒ SK 와이번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가장 큰 손은 한화와 NC가 됐다.

한화는 이대수(4년 20억원)와 한상훈(4년 13억원), 박정진(2년 8억원) 등 기존 FA 3명을 모두 붙잡은데 이어 국가대표 2루수인 정근우(4년 70억원)와 우익수 이용규(4년 67억원)까지 데려와 막강 테이블세터진을 구축했다.

또 신생팀으로서 여전히 투자 여력이 있는 NC 역시 두산서 활약했던 이종욱(4년 50억원)과 손시헌(4년 30억원)을 영입하며 전력 강화에 성공했다.

한화와 NC가 FA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자연스럽게 손해를 본 팀은 SK와 두산이 됐다. SK는 단 한 명 있었던 FA 정근우를 지키는데 실패했고, 두산의 3명의 FA 가운데 이종욱과 손시헌을 놓쳤다. 최준석도 사실상 손에서 떠난 상태라 3명 모두를 잃게 됐다.

SK와 두산 가운데 가장 큰 손해를 본 팀은 얼핏 두산처럼 느껴진다. SK는 한화로부터 보상 선수를 데려올 수 있지만 두산은 신생팀 NC에 FA를 내줬기 때문에 보상 선수를 지명할 수 없다. 최준석까지 NC로 가게 되면 이번 FA 시장에서 단 한 명의 보상 선수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금액만 받고 고스란히 3명의 선수를 뺏기는 꼴이 된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더 큰 타격을 본 팀은 SK다. SK는 국가대표 2루수를 잃어버렸다. 정근우를 대신할 선수도 없다. 한화는 이번 페넌트레이스에서 꼴찌에 그친 약팀이라 데려올 선수도 마땅하지 않다. 보상선수를 내줄 필요 없는 NC나 다름없다.

이에 비해 두산은 다소 여유가 있다. 이종욱의 자리에는 정수빈이 대신할 수 있고 유격수 자리 역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손시헌 자리를 위협하는 실력을 입증한 김재호가 맡을 수 있다. 1루수 최준석이 나간다고 해도 이 자리는 오재일이 메울 수 있다.

이처럼 두산이 여유가 있는 것은 바로 '화수분' 덕분이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계속 쓸 만한 선수들을 육성-배출하고 있어 일부 선수들이 빠진다고 하더라도 빈자리가 쉽사리 드러나지 않는다. 두산이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면서도 넥센과 LG를 연파하고 삼성을 벼랑 끝까지 몰았던 힘의 원천도 바로 '화수분 야구'에 있었다.

물론 정수빈과 김재호, 오재일 등이 이종욱, 손시헌, 최준석의 빈자리를 대신 메우게 되면 그만큼 공백이 생길 수는 있다. 그동안 이들의 백업으로 활약했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도약, 또 다른 백업이 필요하게 됐다. 하지만 이는 어떻게 보면 두산에 또 다른 기회다. 화수분 야구가 계속 가동한다면 또 다른 만만찮은 백업 요원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종합해봤을 때 정근우 이후를 대비하지 못한 SK는 당장 내년 시즌이 다급해졌다. 이만수 감독이 정근우를 꼭 잡아달라고 SK 프런트에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내년 시즌이 끝나고 나면 최정 등 또 다른 주전들이 줄줄이 FA로 풀린다.

정근우가 SK에서 나감으로써 내년 시즌이 끝난 뒤 FA가 되는 선수들 역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우선 협상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시장으로 나갈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이번 FA 시장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팀은 SK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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