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책론' 문재인 '사초폐기' 무슨 말 하나 보니...

조소영 기자
입력 2013.10.04 14:01
수정 2013.10.04 14:16

깊은 침묵 길어지면서 민주당에서조차 사과 요구하는 목소리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일명 ‘사초폐기 논란’에 대해 지난 2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있은 지 이틀째인 4일 현재까지 침묵중이다. 검찰은 2일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사건과 관련,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았다’는 골자로 수사결과를 발표해 사실상 참여정부가 이명박 정부에게 온전히 자료를 넘기지 않았다는 추측을 낳게 했다.

이 같이 참여정부에 불리한 발표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문 의원은 검찰의 발표가 있던 당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내용을 잘 모르니 알아보고 말하겠다”고만 한 뒤 이때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태다. 논란이 되는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신랄하게 밝혔던 트위터도 추석연휴 전인 17일을 끝으로 멈췄다.

말 그대로 ‘침묵의 길’을 걷고 있는 문 의원을 두고 정치권의 눈길은 4일 오후 6시 30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10.4남북정상선언 6주년 토론회와 기념식에 쏠린다. 문 의원이 이곳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석미정이라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본보는 문 의원 측 관계자에게 참석여부를 묻기 위해 여러 번 통화를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후 일정으로는 오후 8시 30분 국회에서 열리는 민주당 심야 의원총회가 있지만, 10.4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이곳에 참석할 가능성은 매우 적어 보인다. 문 의원은 검찰 발표가 있었던 지난 2일 열린 심야 의총에도 불참했다. 결론적으로 4일 10.4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문 의원은 이날도 사건에 대해 침묵을 택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향후에도 ‘침묵의 길’만을 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문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회담 실무를 관장하는 등 사초실종 논란에 있어선 단연 핵심인물이다.

정상회담 대화록 페기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 2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가운데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정회되자 회의실을 나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특히 이번 사태를 두고 당 일각에선 ‘문재인 책임론’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참여정부 요직을 거친데다 대화록 논란의 시발점이 된 대화록 공개를 강하게 제안했기 때문이다. 김영환 민주당 의원은 4일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당이 어려운 처지에 빠지게 된 것에 대해선 사과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가당치 않다”(박용진 민주당 대변인), “정확한 원본도 없고,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이 없으니 정치공세할 필요가 없다”(박지원 민주당 의원)는 언급도 있다.

앞서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발언’ 논란이 일자 6월 대화록 공개를 제안하며 여권에 맞불을 놨다. 뒤이어 7월 기록원에서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자 “혹 내가 몰랐던 귀책사유가 있다면 비난을 달게 받고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입 연다면 어떤 얘기 나올까

그렇다면 문 의원의 입이 열릴 경우,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을까. 일단 문 의원은 여권의 ‘대화록 유출사건’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정상회담 대화록이 여권에 유출됐다며 그 핵심인물로 김무성·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친노(친노무현)인사인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와 관련, “실종과 은폐는 없고, 공작과 유출의 문제만 남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여권압박 프레임이 일치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화록의 성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검찰이 비슷한 내용의 대화록을 두고 국가정보원이 갖고 있는 대화록은 ‘공공기록물’, ‘봉하 이지원’에서 확보한 대화록은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영환 의원은 이에 대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화록의 성격규정은 처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요소로 만약 국정원 대화록이 공공기록물이 아니라고 결정날 경우, 여권의 김무성·정 의원 등은 처벌받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본인 ‘봉하 이지원’에는 존재하는 대화록이 복사 대상인 ‘청와대 이지원’에는 왜 없느냐는 것을 문제 삼을 수 있다. 김경수 본부장은 “사본을 복사하기 전 ‘청와대 이지원’에는 최종본이 있었다는 얘긴데 그렇다면 (대화록이) 기록관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특히 ‘봉하 이지원’은 이명박 정부 때 반납돼 기록원에서 보관해왔다.

또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한 삭제된 초본의 내용 등에 대한 논란을 두고는 “최종본이 완성되면 초안이 기록으로 가치가 없어 이관시키지 않은 것”(김경수 본부장), “녹취했던 것을 풀어 속기록 작성을 하면 수정작업을 여러 차례 거친다…토시 연결 등의 작업은 통상적 범주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박남춘 민주당 의원)로 반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이 모든 사항은 이미 검찰이 밝힌 내용에 대한 방어막을 치는 차원이기 때문에 민주당이나 친노 측으로 ‘역공의 발판’을 갖고 오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검찰은 오는 7일 대화록 생성 및 이관에 참여한 참여정부 인사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정상회담 당시 대화내용을 녹음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과 김경수 본부장(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 문 의원 등이 소환대상이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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