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지도자상’ 양승호 구속영장의 그늘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2.12.14 09:27
수정
입력 2012.12.14 09:27
수정
양승호 전 감독 구속영장 청구
학원스포츠 구조적 문제도 기인
700만 관중 돌파와 10구단 창단 등으로 어느 때보다 화려한 한해를 보냈던 프로야구와 달리 아마야구는 입시비리 파문으로 혹독한 한파를 맞고 있다.
인천지검 특수부는 13일 고려대 야구부 감독 시절 입시 청탁과 함께 돈을 받고 학생을 입학시킨 혐의(배임수재)로 양승호(52) 전 롯데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정진호(56) 감독 역시 같은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현역 감독들의 비리는 사학 체육비리 수사 중 학부모들 제보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최근까지 체육특기생 비리와 관련해 대한야구협회 심판위원, 고교 야구감독, 관련 브로커와 금품을 수수한 학부모 등을 기소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아마추어 스포츠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입시비리에 현역 유명야구인들을 물론 명문 사학들까지 줄줄이 연루되면서 야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양승호 감독은 불과 며칠 전 일구회가 선정한 올해의 지도자 영광을 안기도 했다. 비록 프로야구와는 관계없는 사건이었다고는 하지만 비리혐의로 체포된 인사가 전문 야구인들이 주최한 시상식에서 최고의 지도자로 선정된 것은 한국야구계의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안을 바라보는 야구계의 근시안적 태도. 몇몇 야구계 인사들은 반성보다는 ‘운이 없어 걸린 것’이라는 식의 인식으로 팬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관행’이라는 수식어로 미화되는 야구계 비리에 관한 야구인들의 도덕 불감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한편으로 이번 비리 사태는 치열한 경쟁과 성적지상주의로 운영되는 한국 학원 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다.
아마추어 감독이 선수선발 전권을 쥐고 있는 것과 비교해 사전 스카우트가 제도적으로 금지, 학교가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스카우트 비용을 들일 수 없게 되자 자연히 선수 학부모로부터 음성적으로 돈을 받는 구조가 형성됐다. 철저한 엘리트 위주의 학원체육체계에서 운동을 하려는 인원은 많고 상급 과정으로 갈수록 정원은 부족하니 압도적인 실력이 아닌 이상 그야말로 ‘돈 없고 백 없는’ 선수와 학부모들만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 야구인이 “대한민국에서 돈을 받지 않은 아마추어 감독이 과연 존재할지 모르겠다. 무조건 나쁘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떻게 썼는지가 더 중요하다. 스카우트제 부활하거나 기부입학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팬들은 이번 기회에 한국야구의 어두운 관행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되어야한다고 지적한다. 연초에 승부조작 파문이 터졌을 때도 야구계는 근본적인 의혹해소 보다는 파장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지금은 국민스포츠로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계속된 비리와 논란으로 이미지가 실추되면 언제든 등을 돌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외부 힘에만 의지하기보다 야구계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자정노력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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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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