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전설의 떼창’ 노엘, 오아시스 그 자체였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입력 2012.05.2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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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일 광장동 악스홀서 두 차례 내한공연

오아시스·솔로앨범 수록곡 거대한 합창


온전한 오아시스의 쾌감, 이게 얼마 만인가.

지금은 사라진 영국의 전설적 밴드 오아시스(Oasis)의 리더이자 두뇌, 노엘 갤러거(45·Noel Gallagher)가 마침내 돌아왔다.

28·29일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열린 그의 첫 단독 내한공연은 ‘떼창의 전설’ 오아시스의 저력을 되새김은 물론, 위대한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이며 보컬리스트이기도 한 노엘 갤러거의 진면모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2009년 오아시스 해체 이후 노엘의 색체를 제거한 비디 아이(Beady Eye)가 리암 갤러거를 주축으로 새롭게 결성됐지만, 이들은 오아시스의 음악을 철저히 배척했기에 팬들의 갈증을 풀기엔 역부족이었다. 오아시스의 곡 대부분이 노엘 갤러거가 작사·작곡한 것이기 때문이다.

노엘 갤러거를 일컬어 ‘독재자’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던 리암 갤러거가 그의 노래들을 선곡할리는 만무했다. 비디 아이는 곧 노엘 갤러거로부터의 독립선언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마침내 들린 노엘 갤러거의 내한공연 소식에 팬들은 열광했다. 그의 내한공연 티켓 1800여 석은 순식간에 매진됐고, 이에 놀란 공연기획사는 부랴부랴 하루 공연을 추가해야 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린 이틀간의 공연은 팬들의 이 같은 열망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의 곁에는 더 이상 리암 갤러거도, 앤디 벨도, 겜 아처도, 크리스 샤록도 없었지만 오아시스의 두뇌를 계승하기엔 노엘 갤러거 한명으로도 충분했다.

이날 총 20곡을 부른 노엘 갤러거는 오아시스의 곡과 자신의 첫 솔로앨범 ‘하이 플라잉 버드(High Flying Birds)’의 곡들을 번갈아 부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팬들은 오아시스의 곡이든 노엘의 곡이든 상관없이 시종일관 떼창을 이어가며 공연장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궜다.

오프닝 밴드 몸과 마음(이우성·김상우·서호성)의 공연으로 예열을 마친 이날 내한공연은 첫 곡 ‘투 비 프리(To Be Free)’서부터 절정에 이르렀다. 굴곡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90분 내내 스탠딩석의 팬들은 놀라운 에너지를 발산하며 열광했다.

무대는 고작 음향장비와 악기, 그리고 기타·베이스·드럼·키보드 등 밴드 멤버들뿐, 여기에 조명 역시 그저 평범한 수준에 머물렀다. 노엘 갤러거 또한 불필요한 쇼맨십에 얽매이지 않았고, 그저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를 번갈아가며 맨 체 꼿꼿이 서서 노래할 뿐이다.

하지만 노엘 갤러거가 서 있는 그 자체, 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오아시스의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은 충분히 행복했다.

‘멍키 핑거스(Mucky Fingers)’ ‘토크 투나잇(Talk Tonight)’ 등 오아시스의 노래와 ‘이프 아이 해드 어 건(If I Had A Gun)’ ‘드림 온(Dream On)’ ‘왓 어 라이프(What A Life)’ 솔로앨범 수록곡들의 멜로디는 때로는 달콤한 추억을, 때로는 봄날의 향기를 만끽하게 했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역시 앙코르 무대. 노엘 갤러거가 ‘하프 더 월드 어웨이(Half The World Away)’와 ‘온 더 롱 비치(On The Wrong Beach)’ 부른 뒤 무대 뒤로 사라지자 팬들의 환호성이 극에 달한 것이다.

특히 아티스트의 이름을 연호하며 ‘앙코르’를 외치는 여타 공연과 달리 이날 팬들은 오아시스의 ‘리브 포에버(Live forever)’를 떼창하며 노엘 갤러거가 다시 무대에 서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다시 무대에 선 노엘 갤러거는 ‘렛 더 로드 샤인 어 라인트 온 미(Let The Lord Shine A Light On Me)’를 시작으로 ‘돈트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까지 연달아 4곡을 연주하며 이날 공연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비틀즈의 프로듀서로 유명한 조지 마틴(George Martin)으로부터 “그의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라는 찬사를 받았던 노엘 갤러거. 팬들의 그의 언제일지 모를 다음 무대를 기약하며 아쉬운 발길을 돌렸다.

한편, 비디 아이는 7월 27일부터 3일간 열리는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2012의 헤드라이너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데일리안 문화 = 이한철 기자]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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