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4명 중 3명 서울로”…‘K-미식벨트’, 지방관광 해법 될까?
입력 2026.07.07 07:00
수정 2026.07.07 07:00
정부, K-푸드 앞세워 지방 관광 활성화
외국인 관광객 유치 핵심 콘텐츠 ‘미식’
치킨 넘어 지역 산업 생태계 구축 기대
입지·브랜드 선정·홍보 전략이 성패 좌우
정부가 지역 미식 관광을 육성하기 위해 추진 중인 'K-미식벨트' 사업이 올해로 3년째를 맞으며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외식업계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K-푸드 관광 확대라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지만, 예산과 접근성, 운영 지속성 등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가 구상하는 미식 관광이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올 하반기 미식 관광·체험 로드맵인 ‘K-미식 여정’을 발표했다. 첫 사업으로 ‘K-치킨벨트 플랫폼’을 공개했으며, 플랫폼에는 전국 30개 치킨·닭요리 명소와 관광명소, 전통시장, 농촌체험휴양마을 등을 연계한 미식 관광 정보를 담았다.
K-미식 여정은 농식품부가 추진해 온 ‘K-미식벨트’ 사업을 기반으로 한 관광 프로그램이다. K-미식벨트가 지역별 미식 관광 기반을 구축하는 사업이라면, K-미식 여정은 이를 관광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연결한 운영 로드맵을 말한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부터 지역별 대표 식문화를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K-미식벨트’ 조성 사업을 추진해 왔다. 순창·담양의 장(醬) 벨트 조성을 시작으로, 2025년 안동의 전통주, 광주의 김치, 금산의 인삼 등 지역 특색을 살린 미식벨트를 운영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치킨으로까지 영역을 두루 넓혔다. 지난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K-치킨벨트 구상을 제안했고, 이재명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다. 치킨을 새로운 테마로 추가해 관광 콘텐츠를 본격 추진했다.
특히 ‘치맥(치킨+맥주)’의 경우 이미 K컬처의 상징어로 잡리 잡았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에서 거는 기대감이 크다. 2021년 옥스퍼드 영어사전(OED)에도 ‘치맥’이 등재돼 있을 정도다. OED에는 “맥주와 영어 단어에서 빌려 온 튀긴 닭을 뜻하는 치킨의 합성어”라고 설명돼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K푸드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K-푸드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관광공사의 ‘2025년 잠재 방한 여행객 조사’에 따르면 향후 3년 내 한국을 찾을 의향이 있는 외국인 1만6360명에게 방문 목적을 묻자 음식·미식 탐방이 52.2%로 가장 높았다.
또한 이 같은 정책의 배경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수도권 밖으로 확산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구상이 깔려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관광은 여전히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외국인 관광객이 찾은 한국 지역은 서울이 75.7%로 가장 높았다. 부산(17.2%), 경기(11.1%), 제주(10.1%) 등 4개 시도를 제외하면 모두 방문율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가장 좋았던 곳도 서울 내 관광지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외식업계는 정부의 ‘미식벨트’ 조성이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그동안 개별 브랜드 중심으로 추진돼온 외식문화 확산에 정부 차원의 관광·산업 인프라가 결합된다면, 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업계는 이번 사업이 외식산업을 ‘단순 판매업’에서 ‘체험·관광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치킨을 중심으로 한 테마거리·체험관·농가 견학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되면, 지역 상권과 식품제조·양계산업까지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사업은 ▲예산 지원 ▲행정 협조 ▲관광부처와의 연계 등 민간 기업이 홀로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적 지원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치킨벨트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지역·기업·농가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해 관광자원화와 지역 인프라를 함께 구축하면 브랜드 단독으로는 하기 어려운 규모의 홍보 효과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에게도 K-푸드로서의 치킨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예산과 입지, 운영 지속성이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라고 본다. 한정된 예산 속에서 관광형 산업벨트를 꾸리려면, 단순한 상징 사업을 넘어선 장기적 마케팅 전략과 안정적인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 만큼 접근성과 지역 선택도 관건이다. 교통망이나 숙박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조성될 경우, 사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관광지와 연계가 가능한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와 함께 참여 브랜드 선정 기준도 향후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국내 치킨 브랜드만 700여개에 달하는 가운데, 어떤 기업이 사업 주체로 포함되느냐에 따라 흥행 성패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젊은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소비 방식도 변수로 꼽힌다. 이들은 정부가 제공하는 공식 정보보다 SNS와 유튜브, 글로벌 리뷰 플랫폼을 통해 여행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부 주도의 로드맵이 실제 검색·공유 채널과 맞물리지 못하면 정책은 만들어졌지만 관광객은 움직이지 않는 ‘공급자 중심 콘텐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너무 영세한 브랜드 위주로 구성되면 글로벌 인지도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요즘은 관광객들도 유명 브랜드나 검증된 맛집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는 만큼, 대표성 있는 브랜드 참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