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한 까닭은?
입력 2025.12.16 20:51
수정 2025.12.16 20:5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대량살상무기’(WMD)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펜타닐 유입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등 남미의 마약 밀수를 막기 위해 벌이고 있는 군사작전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수비에 기여한 병사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펜타닐을 공식적으로 WMD로 분류한다"며 ”지난 5월 사상 최대 규모의 펜타닐 단속을 벌였고 300만정을 압수했다. 미국으로 밀려들어오는 치명적 펜타닐 재앙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역사적인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폭탄도 이 물질이 초래하는 피해를 따라잡지 못한다”며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마다 20만~30만명이 (펜타닐 때문에) 목숨을 잃는다”고 덧붙였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8만명가량으로 추정되며, 이중 4만 8000여건이 합성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때문인 것으로 집계됐다.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펜타닐 WMD 지정 행정명령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서 “불법 펜타닐은 마약이라기보다 화학무기에 가깝다”고 명시했다. 이어 “그 제조와 유통이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우리 반구와 국경에서 무법상태를 부추긴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타닐의 원료인 핵심 전구체가 다른 나라들로부터 유입되고 있다며 중국 등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해 온 것을 정당화하는 한편, 마약 밀매 등을 내세워 베네수엘라 등에서 벌이고 있는 군사 작전에도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는 이날 “우리는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는 법적·군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조치”라며 “우리는 ‘잡았다가 풀어주는’ 정책을 끝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군사작전에 투입된) 훌륭한 인원들의 도움으로 침공을 중단시켰고 (마약) 카르텔을 빠르게 해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펜타닐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취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마약 밀수선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은 펜타닐보다는 코카인을 운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펜타닐은 베네수엘라 선박을 통해 밀반입되기보다는 멕시코를 통해 밀반입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