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S 변이 폐암 내성 경로 규명…천연물로 항암 효과 회복 실마리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5.12.15 10:42
수정 2025.12.15 10:42

신동훈 국립암센터 치료내성연구과 교수. ⓒ국립암센터

항암제가 잘 듣지 않는 KRAS 돌연변이 폐암의 내성 작동 원리가 규명됐다. KRAS 신호를 증폭시키는 핵심 효소를 차단하면 기존 항암제 효과를 되살릴 수 있다는 전임상 연구 결과다.


15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신동훈 치료내성연구과 교수 연구팀은 KRAS 돌연변이를 가진 폐암에서 항암제 내성을 강화하는 신호 전달 경로를 규명하고 이를 억제할 수 있는 천연물 유래 후보 물질을 발굴했다. KRAS 변이는 비소세포폐암에서 흔히 발견되며 항암치료 반응이 낮고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KRAS 단백질 자체를 직접 억제하는 기존 접근 대신 KRAS가 의존하는 조절 경로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KRAS 변이 폐암에서는 세포 생존과 노화 조절에 관여하는 효소인 SIRT1 활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았고 이 효소가 항암제 내성을 강화하는 중심 축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KRAS 변이가 TGF-β1–Smad2/3–JNK1 경로를 활성화해 SIRT1을 자극하고 활성화된 SIRT1이 다시 KRAS 신호를 증폭시키는 양성 피드백 구조가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로가 항암제 내성의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SIRT1 억제를 통해 이 내성 고리를 끊는 전략을 세우고 천연물 유래 화합물을 탐색한 결과 쿠와논 C를 후보 물질로 발굴했다. 쿠와논 C를 처리하면 내성 경로와 SIRT1 활성이 감소했고 KRAS 신호도 함께 약화됐다.


이 상태에서 비소세포폐암 표준 항암제인 시스플라틴과 페메트렉시드를 병용하자 KRAS 변이 폐암 세포의 생존과 성장 능력이 줄고 세포 사멸이 촉진됐다. 동물실험에서도 종양 부담 감소와 생존 기간 연장 효과가 확인됐다. 전임상 독성 평가에서는 치료 범위 내 용량에서 뚜렷한 독성은 관찰되지 않았다.


신 교수는 “KRAS 변이 폐암에서 항암제 내성을 유발하는 경로를 규명하고 이를 차단하는 천연물 후보 물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RAS 자체뿐 아니라 KRAS와 협력하는 조절 인자와 상위 신호를 함께 겨냥하는 병용 전략이 향후 치료 성과를 높이는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포와 동물실험 단계의 전임상 결과로 실제 환자 치료 적용을 위해서는 임상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에 게재됐다.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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