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은 실행력...K-Perf로 국산 AI반도체 도입 문턱 낮춘다
입력 2025.12.10 16:10
수정 2025.12.10 16:28
"국산 칩 도입 막던 '비교 기준' 해소...시장 진입 속도 붙는다"
학습보다 활용·모델보다 컴퓨팅..."AI 경쟁의 무게중심 이동"
AI 경쟁력이 반도체 경쟁력으로 직결되면서 정부와 산업계가 국산 AI반도체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2025 AI반도체 미래기술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성능지표 'K-Perf'를 공식 발표했다. 성능을 비교할 기준이 부재해 도입이 더뎠던 국산 NPU에 공통 잣대가 마련되면서, 실제 서비스 전환을 위한 기반이 갖춰졌다는 평가다.
이날 공개된 K-Perf 협의체에는 퓨리오사AI, 리벨리온, 하이퍼엑셀 등 팹리스를 비롯해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SKT, 삼성SDS, LG CNS 등 주요 기업이 참여했다. 이날 협의체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수요·공급기업이 동일한 기준으로 성능을 검증할 수 있도록 K-Perf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협의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해 측정 모델·조건·지표를 세분화한 것은 국내에서 처음이다.
정부는 올해 R&D에 1425억원, 실증·사업화에 1103억원 등 총 25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국산 NPU 관련 26종의 제품이 개발·고도화됐으며, 16개 기업이 조기 상용화 지원을 받았다. 과기정통부는 "AI반도체가 국가 AI 전환의 핵심 인프라"라며 "저전력 국산 칩을 확보해야 국민이 비용 부담 없이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조 발표에서는 기술 방향성이 보다 뚜렷하게 제시됐다. LG AI연구원은 "대규모 모델 학습보다, 실제 업무와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에이전트(AX)'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LG는 제조·고객센터·사내 업무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전기정 LG AI 연구원 부문장은 "현장에서 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컴퓨팅 인프라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기정 부문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모델은 평준화되고 있다. 얼마나 좋은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요소다. 현재는 자유롭지만 나중에 경쟁이 심해지면 데이터 소장이 무기화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는, 데이터 이상의 가치가 될 것이고, 이를 갖지 못한 기업들은 일반적인 범용적인 데이터를 활용해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홍섭 마음AI CEO는 피지컬 AI의 산업별 수요 증가를 언급했다. 농업·국방·건설·제조 등 기존 로봇 기술이 약했던 분야에서 데이터 기반 자동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발표자는 "AI를 요청하는 기업은 많지만, 직접 개발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온디바이스 성능과 비용 효율이 핵심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홍섭 CEO는 "피지컬 AI는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아 한국이 해볼 만한 영역"이라며 "인류 최초의 '경 단위' 시장이 열릴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단순한 로봇을 넘어 '로봇이 없는 로봇 회사'들이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
초청 강연을 맡은 엔비디아코리아는 AI가 새로운 생산체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소영 엔비디아코리아 대표는 "AI는 알고리즘을 빠르게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데이터를 투입해 인텔리전스를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최근에는 훈련보다 서비스 단계의 인퍼런스가 더 많은 연산을 요구해 강력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델이 커지고 멀티모달·영상 생성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면서, 인퍼런스 역시 가볍지 않다"는 설명이다.
행사장에서는 국산 팹리스의 역할도 부각됐다. K-Perf를 통해 수요기업은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 필요한 조건에 따라 성능 데이터를 비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산 칩을 도입하려 해도 성능 검증 자료가 부족해 의사결정이 어려웠다"며 "공통 기준이 생긴 것은 첫 단계지만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협의체는 내년에도 지표 고도화와 현장 확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대형 거대언어모델(LLM) 지원에 최적화된 국산 NPU 개발에 기여한 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국산 AI반도체의 글로벌 협력 확산에 기여한 김한준 퓨리오사AI CTO, 서웅 딥엑스 이사 등 총 6명에게 'AI 반도체 산업 발전 유공자에 대한 부총리 표창' 등이 수여됐다. AI 반도체 경진대회 대상은 대회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자충수팀(서울과기대)의 대표로 조승우 학생이 수상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가 AI대전환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AI반도체는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전 국민이 비용 부담 없이 AI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저전력 국산 AI반도체의 고도화를 집중 지원하고, AI반도체 팹리스가 크게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