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국민성장펀드 출격 앞두고…AI 핵심 ‘데이터 저작권’ 가이드라인 빈칸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2.05 13:22
수정 2025.12.05 13:26

KDB “AI 학습데이터 저작권 분쟁 확대…산업 전반 비용·불확실성 커져”

일본·영국·미국은 TDM 기준 정비…한국은 법·가이드라인 미비

“데이터 접근성 없으면 고도화 불가”…성장펀드 효과 반감 우려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약 30조원을 AI(인공지능) 산업에 투입할 계획이지만, 정작 AI의 핵심 기반인 ‘학습데이터’ 저작권 기준은 여전히 공백 상태여서 산업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정부가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약 30조원을 AI(인공지능) 산업에 투입할 계획이지만, 정작 AI의 핵심 기반인 ‘학습데이터’ 저작권 기준은 여전히 공백 상태여서 산업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 성장펀드가 본격 집행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법·제도 정비 공백은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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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1일 발간한 KDB리포트에서 “AI 기술의 발전으로 학습용 데이터의 범위가 다양한 종류로 확대됨에 따라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AI 기업에 학습 데이터 구매비용 증가 및 법적 분쟁 리스크로 대두돼 AI 산업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학습데이터는 텍스트뿐 아니라 음원·이미지·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로 확대됐다. 하지만 “고성능 AI 모델의 발전으로 학습 데이터 이용이 증가하면서 저작권 침해 이슈가 AI 산업의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KDB 분석이다.


기업이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AI 모델의 신뢰성과 정확도 자체가 떨어지는 만큼, 데이터 접근성 저하는 산업 경쟁력 후퇴로 직결되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학습데이터 활용 기준을 제도화하거나 판례를 축적하고 있다.


일본은 2019년 정보분석 목적의 저작물 복제를 폭넓게 허용하는 TDM(Text and Data Mining) 조항을 법제화했고, 영국은 비상업적 연구 목적의 데이터마이닝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 미국은 ‘공정 이용(Fair Use)’ 판례가 수십 년간 축적돼 실무 적용 기준이 마련돼 있다.


반면 한국은 AI 학습을 위한 저작물 활용 기준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KDB는 “AI 기업들의 법적 분쟁 리스크 최소화 및 창작자 권리보호를 위한 합리적이고 명확한 절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에서도 저작권 침해 분쟁이 AI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도록 저작물의 AI 학습 활용에 대한 법률 개정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인공지능협회와 소프트산업협회도 “권리자와 매번 이용 허락 계약을 맺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데이터 구매비용은 국내 AI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AI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TDM 법안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150조원 규모 성장펀드의 AI 투자 효과도 데이터 규제 미비로 투자 대비 효과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AI 학습 단계에서 필요한 대규모 텍스트·이미지·음성 데이터가 저작권 문제로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성장펀드가 투자해도 모델 성능이 글로벌 경쟁사 대비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은 ‘데이터가 연료’인데 한국은 아직 주유소 규정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30조원 AI 투자 계획이 효과를 내려면 저작권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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