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관세 15% 아직 안도하긴 일러…미국에 '공급망 안정' 제시해야"
입력 2025.11.24 15:56
수정 2025.11.24 16:04
한미 의약품 관세 15% 및 제네릭 무관세 합의
관세 협상 타결에도 구조적 위험 여전히 남아
25% 관세 부과시 산업 타격 커져, MFN 기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제기됐던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우려가 최근 한미 당국의 협상 타결로 일부 해소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단순히 관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장기적인 대비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관에서 열린 ‘2025 KPBMA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국내 산업의 명암을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부연구위원은 최근 타결된 관세 협상 이면에 숨겨진 ‘리스크’를 집중 조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이 의약품 분야에서 최혜국 대우(MFN)를 적용, 기존 상호 관세인 15%를 유지하고 제네릭(복제약)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에 대해 김 위원은 “트럼프 1기 이전 미국은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해 관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는 청정 지대였으나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된 이후 의약품 관세 타임라인은 시시각각 변화해왔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과 2월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세 조치를 예고한 뒤 ▲4월 1일 상무부를 통해 제약 및 원료에 대한 조사 절차를 개시했다. ▲7월 20일에는 의약품 200% 관세를 언급했다가 ▲8월 6일에는 250%까지 상향 조정했고 ▲9월 25일 100%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상호 관세는 15%, 제네릭의 경우 무관세 적용이 결정됐지만 김 부연구위원은 이번 관세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위험 요인이 남아있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은 “미국이 수입 침투율이 높은 산업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면서도 “제약·바이오 산업은 딱 그 경계인 45% 선에 위치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25~250% 등 다양한 관세율을 언급했지만 사실상 50% 이상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수요 가격 탄력성은 9.6으로 매우 높아 25% 관세만 부과돼도 원가 구조 붕괴 등 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보건 정책 기조인 ‘MAHA(Make America Healthy Again)’와 R&D 예산 삭감 움직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 위원은“트럼프 2기 행정부는 MAHA 기조 아래 최혜국 가격제 도입, NIH 연구비 40% 삭감, 원료 의약품 26종 비축 등 제약·바이오 시장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면서 “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릴리 등이 MFN 가격제 협상에 동참, 이는 시장 전반의 약가 인하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분명한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 김 위원은 “미국이 약가를 인하하기 위해 ‘최혜국 가격제’ 등을 도입하며 가격 경쟁을 유도할 경우, 고가 오리지널 의약품 대신 효능이 동등하고 저렴한 한국산 제네릭과 시밀러에는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추가적인 기회 요인으로는 미국의 ‘만성적 의약품 부족’ 현상이 꼽혔다. 김 위원은 “미국은 원료의약품 부족으로 인한 공급난을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공급망 역할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게) 미국의 약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