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렉카의 무지성 폭로로 김새론의 명예가 회복될까? [기자수첩-연예]
입력 2025.03.17 07:00
수정 2025.03.17 07:00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순 없다.
고(故) 김새론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유족의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통로’로 선택한 것이 대표적 사이버렉카 채널로 꼽히는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라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유족의 주장이 ‘진실 규명’이라는 목적에 있다고 하지만, 현재 가세연이 벌이는 무지성 폭로가 과연 정당화 될 수 있을진 의문이다.
가세연은 지난 11일부터 ‘충격 단독’이라는 자극적인 수식어와 함께 ‘김새론 죽음 이끈 김수현’이라는 콘텐츠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7개의 영상을 올렸다. 해당 콘텐츠에서는 고인이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김수현과 연인관계였고, 음주운전 사고 이후 김수현과 그의 소속사의 대처가 부적절했으며, 당시 소속사 매니저가 (또 다른 사이버렉카) 유튜버 A씨와 친분관계였다고 주장한다.
해당 영상들에는 ‘먹잇감’을 던지듯, 고인이 생전 김수현과 찍었거나, 촬영한 사진을 끼워 넣어 자극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실제로 그 효과는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가세연의 ‘충격 단독’ 영상을 바탕으로 각종 기사가 쏟아지고 있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김수현의 과거 발언을 끄집어내 억지 짜깁기로 그를 ‘악마화’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진실을 밝히고,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호소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족은 ‘김새론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이버렉카’의 전형적인 모습을 스스로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그들은 가세연이 폭로를 예고한 김수현의 노출 사진 공개에 앞서 불안증세에 시달린다는 김수현의 상태를 전해 듣고 “극단적 선택을 할까 무서워 (사진을) 공개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세연은 “유족의 동의를 받았다”며 해당 사진을 공개했다. 그런데 가세연의 폭로 방식이 과연 유족이 원하던 ‘김새론 명예회복’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부모의 입장을 대변하고,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넘은 자극적인 사생활 폭로는 결국 또 다른 ‘폭력’에 불과해 보인다.
가세연은 과거에도 여러 연예인에 대한 무분별한 폭로를 일삼아온 채널이다. 언론단체들은 해당 채널의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방송 내용과 인권침해 행태를 우려해 구글과 유튜브에 관리·규제를 요구한 바 있다. 앞서 명예훼손 등으로 여러 차례 고소고발을 당해왔고, 구글 본사로부터 수익화 정지 등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실제로 유족의 호소는 가세연이라는 채널을 통하면서 ‘진실 규명’ ‘명예회복’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퇴색되고, ‘사생활 폭로’라는 또 다른 폭력으로 변질됐다. “공익을 위한 제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그 내용은 자극적 이슈몰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 같은 방식의 폭로는 김수현은 물론 사이버렉카로 생전 고통을 받았던 고인의 명예를 더욱 실추시키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