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다소 끼겠습니다', 마음도 그렇습니다 [D:쇼트 시네마(105)]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5.01.10 13:49
수정 2025.01.10 13:49

김종헌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여고생 효은(김보라 분)과 가람(방효린 분) 이슬(김정아 분)은 단짝 친구다. 하지만 어느 날 가람과 이슬의 사이가 공기가 이상하다. 등교를 위해 버스를 탔지만 가람이 이슬을 불편해 하는 내색을 비추고 빌려준 MP3를 빨리 돌려달라고 재촉한다.


효은은 가람을 이상하게 여긴다. 전학을 가는 가람을 위해 셋이 파티를 하고 싶은데 시큰둥한 기색이고, 이슬이 다쳤는데도 연락은 받지 않고 MP3 이야기 뿐이다. 효은은 그런 가람에게 슬슬 화가 나려고 한다. 대체 이슬을 없는 사람 취급하고 불편하게 구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는다.


가람이 이슬을 피하려는 이유는 이슬의 고백이다. 이를 알게 된 효은은 MP3를 돌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이슬에게 전화를 걸어 떡볶이를 먹자고 제안한다. 구름이 끼었으니 우산을 가져오라는 말과 함께.


떡볶이를 먹는 이슬에게 효은은 말을 고르다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들어가지지 않는다는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이슬은 원래 자주 렉에 걸리니 곧 다시 되지 않겠냐고 말한다. 비가 오기 시작하고 식당 아주머니는 우산을 건네주지만 두 사람은 우산 하나를 같이 쓰고 가기로 한다. 가람과 이슬에게 선물하기 위한 무지개색 노트가 주인에게 가지 못한 채 효은에게 남아있다.


'구름이 다소 끼겠습니다'는 성소수자 청소년의 정체성과 처음이라 서투른 관계 변화를 다룬다. 이야기 속 '렉이 걸린 싸이월드'는 세 친구 사이의 어긋난 관계를 은유하며, 지금은 렉이 걸린 듯 매끄럽지 못한 사이지만 이내 곧 괜찮아질 것이라는 이슬의 말은, 친구에게 거부 당한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


일기예보에서는 구름이 다소 끼겠다고 했지만 결국 비가 오고야 만다. 비 오는 날 함께 쓰는 '우산'은 두 사람이 친구라는 이름 아래 이해와 연대를 통해 함께 나아갈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효은이 끝내 전달하지 못한 무지개색 노트는 성소수자 청소년이 겪는 현실적 제약과 미완의 관계를 암시하며, 사회적 편견의 무게를 관객에게 상기시킨다. 김종헌 감독은 흐린 날씨 속에서도 서로를 비추는 온기와 연대의 가능성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독립영화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러닝타임 25분.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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