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탄핵 찬반 대규모 집결…野 전유물 여기던 '광장 정치' 중대기로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4.12.29 00:10
수정 2024.12.29 00:14

줄탄핵 속 '조기 대선 의지' 드러낸 이재명

광장 나온 찬성 반대 집회 규모 비슷한데

헌재 탄핵심판 영향 위한 '여론전' 커질 듯

"공포정치 멈춰야…가상 세계관 주입 말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4차 범시민 대행진' 집회에 박찬대 원내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 등과 함께 참석해 있다. ⓒ뉴시스

올해 마지막 토요일, 윤석열 대통령 퇴진 찬반 집회가 서울 도심에서 열리면서 대규모 인파가 운집했다. 윤 대통령 퇴진과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가 비슷한 규모로 집계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유물처럼 여기던 '광장 정치'가 중대기로에 놓였다는 관측이다.


특정 성향 시민단체 등이 주축이 된 '윤석열 퇴진 비상행동'은 28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약 5만 명의 시민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은 오후 5시 기준 4만 명가량으로 집계됐다.


특정 성향 시민들은 집회를 마치고 종각과 남대문 인근 도로를 통해 명동역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헌재는 주권자의 명령대로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해당 집회 참여를 문자로 독려하는 등 '소집령'을 내리고, 이날 현장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단에 선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탄핵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책임을 충실히 하라"며 "하루빨리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민주당의 '줄탄핵'을 반대하는 국민단체들은 같은날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했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에 2만 명이 모일 것으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경찰 비공식 집계 결과 4만 명의 국민들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다. 찬반 집회가 비슷한 규모로 열린 셈이다.


민주당은 그간 '줄탄핵' 역풍을 우려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관련 언급을 줄여왔지만, 한덕수 국무총리가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고 호소하자 '탄핵 속도전'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전날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이재명 대표는 같은날 대국민 성명에서 "내란 세력은 반성과 사죄가 아니라 재반란을 선택했고 총과 장갑차로 국민을 위협했던 12월 3일 밤 그날처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국민과 싸우는데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민심의 심판을 피해 용산 구중궁궐에 깊이 숨었고 온 국민이 지켜본 내란을 부정하고 궤변으로 죄를 덮으려 하며 '권한대행'은 '내란대행'으로 변신했다"며 "국민의 일꾼으로서 역사의 명령에 따라 빛의 혁명을 위한 도구가 되겠다"고 대권 도전도 시사했다. 한 대행 탄핵이 이 대표의 미소 속에서 현실화하면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가 맡게 됐다.


이재명, 집회 참여 독려하고 본인도 현장
'재명이네마을'서는 "댓글 달기가 내란
진압의 시작" "광장 나가자" 지령 떨어져
與 "대체 어디서 내란이 지속 중인 거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탄핵소추안 투표를 마친 뒤,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뒤로 미소 지으며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정치·사회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탄핵카드를 남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에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기능에 비(非)법률적 영향을 미치기 위한 '광장 정치 여론전'이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데 이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등 사건에 대한 재판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서도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무죄 주장' 여론전을 최고조로 올린 바 있다. 현재 '광장 정치'를 재연하며 직간접적인 압박을 이어가는 데에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이 대표 자신의 '사법 리스크' 현실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한 출구전략도 녹아있다는 평가다.


이와 맞물려 민주당과 친야 커뮤니티 곳곳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과 연관된 농성과 챌린지 바람이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의 팬카페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이날 "댓글 달기는 내란 진압의 시작이다. 하루에 한 번 댓글 달기 운동하자" "광장으로 나가자"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역구 주민들이 (압박에) 나서라" 등의 글이 이어졌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생각과 다르면 모조리 처단하겠다는 공포정치를 시작하는 것이냐"며 "'내란이 지속 중'이라는 가상의 세계관을 국민에게 주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수사와 헌법 재판을 받고 있고, 주요 관계자들도 성실히 수사에 임하고 있다"며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내란이 지속 중일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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