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상생안 시행까진 ‘산넘어 산’…이중가격제 논란 지속
입력 2024.12.30 07:03
수정 2024.12.30 07:03
대형 프랜차이즈 중심 '이중가격제' 도입 움직임 확산
수익성 악화·소비자 비난 책임을 배달앱에 떠넘기는 꼴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12차 회의 끝에 상생안 도출에 성공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 곳곳에서 여진이 일고 있다.
특히 상생안에 반발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중심으로 이중가격제가 확산되면서 협의체와 합의 과정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며 상생안 시행을 늦추거나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내년부터 배달 비중이 큰 치킨 프랜차이즈 등을 중심으로 이중가격제 도입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도출한 상생안으로는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덜기 어려우니 배달앱에서 음식 가격을 더 비싸게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중가격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인 서울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치킨 전문점 등 음식점 절반 이상(58.8%)이 매장에서 판매하는 가격과 배달앱 가격을 다르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해 말·올 초부터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주요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배달메뉴 가격 인상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이중가격제 흐름이 공공연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중심으로 치킨값 인상이 있었고 ‘치킨값 3만원 시대’의 주범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배달앱 수수료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이중가격제의 원인으로도 배달앱을 지목하는 이야기가 프랜차이즈 업계를 중심으로 흘러 나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고물가 등 식재료 비용 상승, 임대료 및 인건비 부담 등 여러 경기 요인으로 인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수익성 악화 책임을 배달앱에 떠넘기고 가격 인상을 시도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격을 올리면서도 소비자 비난의 책임을 피해가고 이를 배달앱 탓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각종 비용 인상으로 메뉴 가격을 올린 식당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35%가 식재료 비용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어 프랜차이즈 본사 지침(2.81%), 전기·가스 등 공 요금 인상(2.19%), 고용난으로 인한 업무인력 부족(1.40%) 등의 순이었다. 반면 배달 수수료 부담 때문이라는 답변은 0.61%에 그쳤다.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상생안에 반발하는 이유는 매출 규모가 클수록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고 매출이 작을수록 비용 부담이 더 낮은 차등수수료 구조라는 데 있다.
상생안에 따르면 배달앱 매출 기준 상위 35%의 경우 주문금액이 2만5000원 미만이면 오히려 기존 대비 비용이 소폭 증가하는데 이를 두고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배달 비중이 높은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주에 불리한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배달앱 상생안은 하위 65% 입점 업주에게 기존 대비 모든 주문금액 기준 비용 부담이 낮아지고 상위 35%에 대해서도 평균 주문금액인 2만5000원 이상일 경우 비용 부담이 낮아져 사실상 대부분의 배달앱 입점 업주들에게 기존 대비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상생협의체 및 상생안 취지 자체가 어려운 외식업주, 소상공인에 배달앱 비용 부담이라도 최대한 시기적절하게 덜어주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그 목적에 어느 정도 부합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다수 외식업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여러 참여 주체가 머리를 맞대 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이중가격제와 같은 논란을 부추겨 시행을 방해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이중가격제가 크게 공론화되거나 외식업계의 큰 흐름처럼 번지지 않은 것은 업주들 스스로가 소비자의 신뢰를 해치고 오히려 외식업 시장에 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단순히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리는 것 외에 고객 대상 쿠폰, 배달비 할인, 서비스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매출 자체를 늘리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고민하는 업주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외식업 및 배달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나서서 해묵은 이중가격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고 배달앱을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하는 것은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외식업 및 배달시장에 큰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외식업주들의 비용 부담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만병통치약이 되기는 어려우나 대다수 소상공인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안이 마련된 만큼 특정 업계를 대변하는 업계 및 단체가 여러 논란과 이슈로 상생안 시행을 방해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