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소되지 않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불확실성 증대 속 활로는 [2025 증시①]
입력 2024.12.27 07:00
수정 2024.12.27 07:27
美 트럼프 관세정책 불안감…시장 우려 과도하단 지적도
정국 혼란 속 자본시장 정책 주목...‘코리아 부스트업’ 추진
‘상저하고’ 전망에 힘 실려...바닥 찍고 반등 예상 적중 주목
정부와 금융당국이 올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핵심 과제로 삼았지만 국내 증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년 주식시장도 경기 침체 속 기업들의 실적 악화 전망과 조기 대선 가능성 등 정치적 리스크까지 겹치며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악의 상황을 지나 개선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상존하고 있다. 새해 증시 전망과 주요 투자 이슈를 총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국내 주식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해 증시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내외 불안 요인들로 국내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 속에 그동안 떨어질대로 떨어져 바닥을 찍은 만큼 내년에 반등할 수 있다는 바닥론도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연초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이러한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을 직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과도한 우려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역발상 투자에 나선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시장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추진하고 있는 ‘보편 관세 부과’ 공약의 현실화다. 이 경우, 기업 수출이 감소하면서 가뜩이나 대내외 불확실성에 취약한 국내 경제와 주식시장이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됐던 악재인 만큼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발표한 내년 수출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세 정책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기업들의 응답이 47.4%로 가장 많았고 긍정 비율도 12.1%를 차지했다. 중국과 경쟁이 심한 기업들은 오히려 차등 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 수혜를 기대하기도 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정책의 극단성과 낮은 대통령 공약 이행률, 참모·의회·여론과의 협의 및 톤 조절, 반중 정책에 따른 수혜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성은 낮다”면서 “국내 증시는 이미 가격 조정이 진행돼 점진적인 우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정책 추진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탄핵 정국에 따른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고 있지만 자본시장 활성화에는 여야 모두 필요성을 공감해왔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이 꾸준히 추진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선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가결 등 정국 혼란이 길어지며 정부가 주도해온 밸류업 정책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올 하반기(7월1일~12월26일) 들어 국내 증시의 핵심 수급 주체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조1932억원을 순매도했고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3.1%(2797.82→2431.41) 하락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다만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고 ‘밸류업’이란 정책 명은 바뀌더라도 결국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이 시행될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기류다. 이미 개인투자자 및 소액주주의 권익을 높이고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 정책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대항마로 지난 7월부터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이와 관련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에는 이사회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밸류업과 달리 규제의 성격이 강해 개인투자자들은 반기고 있지만 재계는 상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이에 여당은 상법 개정의 대안으로 전체 법인이 아닌 상장 법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들고 나왔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상법 개정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며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도 이사 충실의무 확대 조항을 넣었다. 일단 상장법인에 먼저 적용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에도 관련 내용을 포함한 것이다. 무리하게 입법을 강행하기보다는 중도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정책을 추진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기대감이 퇴색하긴 했으나 이미 공식적으로 발표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자체를 없던 일로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달 들어 탄핵 정국에서 고배당과 가치주가 여전히 상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전반적으로는 상반기까지 어려운 투자환경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들어 우호적으로 전개되는 ‘상저하고’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경제·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차츰 가라앉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내년 1분기 이후 반영되며 반등 기대감이 되살아날 수 있어서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는 미국 정부 정책 불확실성 리스크와 미 증시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 가능성, 금리 동결 리스크 등으로 기댈 언덕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다만 미리 걱정하고 난 다음 하반기 증시는 상대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내년 코스피 예상 밴드는 하단 최저가 2100, 상단 최고가 3206로 간격이 큰 편이다.
개별 증권사별로 보면 ▲DB금융투자 2100~2800 ▲iM증권 2250~2750 ▲SK증권 2416~3206 ▲한국투자증권 2300~2800 ▲한화투자증권 2300~2800 IBK투자증권 2380~2830 ▲유진투자증권 2575~3040 ▲NH투자증권 2250~2850 ▲교보증권 2300~3000 ▲삼성증권 2350~2900 ▲메리츠증권 2600~3050선 등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의 본격적인 상승 시점은 트럼프의 행정 명령과 미국 금리 상승, 달러 강세,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조정에 대한 시장 반영이 추가로 마무리 된 이후인 내년 1분기 말부터 2분기 초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