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대출도 카드론도 '빗장'…갈 길 잃은 저신용자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12.16 10:22
수정 2024.12.16 10:33

400점 이하 신용대출 취급 저축은행 2곳 뿐

'급전창구' 카드론은 500점 이하 취급 안 해

서울 한 저축은행 사옥 전경. ⓒ저축은행중앙회

저신용자들이 제2금융권 대출에서도 점점 밀려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고신용자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저축은행의 문턱도 높아진 데다, 서민 급전 창구의 마지노선인 카드론에서도 최저신용자는 대출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렇게 제도권에서 설 자리를 잃은 금융 취약계층이 불법 사금융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는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달 개인신용대출을 월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 30곳 중 신용점수 400점 이하인 서민에게 내준 저축은행은 세람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 단 2곳뿐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 4곳에서 취급한 것과 비교해 2곳이 줄었다.


500점 이하 차주로 범위를 넓혀도 고려저축은행까지 포함해 3곳에 그쳤다. 1년 전에는 그나마 4곳에서 대출 취급을 해왔었다. 이마저도 대출금리는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18~19% 수준이었다.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600점 이하 차주 중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저신용자를 제외한 500점 이하 차주들은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저축은행업권이 고금리 기조에 조달비용이 커지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로 대출 문턱을 계속 높여왔기 때문이다. 연체율이 치솟으면서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다보니 부실 가능성이 있는 저신용자의 대출 취급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은 올해 3분기에 약 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깜짝 흑자를 냈지만, 상반기까지 누적 순손실이 3800억원대를 기록했다. 3분기 말 연체율도 8% 중반까지 치솟았다. 3개월 만에 2%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다.


카드론 이미지. ⓒ 연합뉴스

저신용자 대출이 막힌 곳은 저축은행 뿐만이 아니다. 서민 급전창구인 카드론에서는 ‘하늘의 별따기’ 였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 등 8대 카드사 중 신용점수 500점 이하 차주를 대상으로 카드론을 내준 카드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간혹 취급 건이 있었지만 3월부터는 0건을 기록해왔다.


당분간 저신용자 대상 대출 문은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업계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쉽지 않고, 2금융권 ‘풍선효과’로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대출 규제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1조9000억원 증가했지만, 2금융권에서만 3조2000억원이 불어났다. 상호금융권에서만 1조6000억원이 늘었으며 여신전문금융사와 저축은행에서도 각각 6000억원, 4000억원이 증가했다. 카드론 잔액의 경우 풍선효과로 10월 말 42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금융당국의 대출관리 압박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당국은 2금융권에도 은행처럼 내년 가계대출 관리계획을 제출토록 했다. 다만 전반적인 대출 취급 축소로 최저신용자는 제도권 바깥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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