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상속세수 10% 감소 시, 1인당 GDP 0.6% 증가…과세체계 손질해야"
입력 2024.11.24 11:00
수정 2024.11.24 11:00
'상속세의 경제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보고서
상속세수 10% 감소 시, 증시 시가총액 6.4% 증가
"경제·증시 활력 제고 위해 과세체계 개편 필요"
상속세 완화가 장기적으로 국민소득과 기업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지인엽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에게 의뢰한 '상속세의 경제효과에 대한 실증분석'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24일 이같이 밝혔다.
상속세수 10% 감소 시, 장기적으로 1인당 GDP 0.6% 증가
보고서는 OECD 38개국의 1965년~2022년의 58개년 패널 데이터를 사용해 패널 공적분 검정 모형을 통해 상속세수의 변화가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했다.
추정 결과, 상속세수가 1% 감소하면 1인당 GDP는 장기적으로 0.06%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위 추정 결과를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는 상황으로 환산할 경우, 1인당 GDP는 장기적으로 0.6%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속세 과세체계(세율 및 과세표준 구간)가 가장 마지막으로 개편됐던 지난 2000년부터 작년까지 우리나라 상속세수의 연평균 증가율(12.7%)이 10%를 상회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속세수의 변동이 우리나라의 1인당 GDP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협은 이어 높은 상속세는 자원(부(富))의 효율적인 이전을 저해함으로써 경제주체들(국민·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는 곧 소비·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상속세수 10% 감소 시, 장기적으로 증시 시가총액 6.4% 증가
보고서는 같은 방식으로 상속세수의 변화가 국가 증시의 시가총액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했다. 추정 결과, 상속세수가 1% 감소하면 증시 시가총액은 장기적으로 0.65%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한경협이 추정 결과를 상속세수가 10% 감소하는 상황으로 환산한 결과, 증시 시가총액은 장기적으로 6.4%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속세수의 변동이 우리나라의 증시 시가총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협은 높은 상속세가 기업이 다음 세대로 승계되는 과정의 불확실성을 높여,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상속세 폐지의 지니계수 영향 음수(-)→상속세의 소득재분배 효과 불투명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이중차분법을 통해 상속세가 국가의 소득불평등(지니계수)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했다. 이중차분법은 표본(국가)을 상속세를 폐지한 처치군과 존속시킨 대조군으로 구분해 상속세 폐지 효과를 추정하는 분석 방법이다.
추정 결과,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 지니계수에 미치는 효과는 약 -0.02%p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추정치의 크기보다는, 부호가 음수(-)로 나타났다는 것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니계수는 수치가 클수록 경제의 불평등도가 높은 것이기 때문에, 상속세 폐지(완화)의 효과가 음수로 나타났다는 것은 상속세 과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불투명하며, 이를 바꿔 말하면 상속세를 완화하더라도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한경협의 설명이다.
경제·증시 활력 제고 위해 세율 등 상속세 과세체계 손질 필요
한경협은 이번 연구 결과가 국가 경제와 기업가치에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는 상속세제의 검토 및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상속세율 인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이후 과세체계가 24년 간 개편되지 않아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다.
한국의 직계비속에 대한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OECD 38개국 중 2위 수준이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를 포함하면 60%로 늘어난다.
한경협은 세율 인하 외에도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 폐지 ▲상속세 과세방식 전환(유산세 → 유산취득세 전환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대기업 포함) 등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대주주 주식 할증평가는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중소·중견기업 제외) 상속 시, 일반적인 주식 평가액의 20%를 할증 평가해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유산세는 피상속인이 상속하는 재산총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을 뜻하며 유산취득세는 개별 상속인이 실제 상속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실제 세금을 내는 주체인 상속인의 담세력에 맞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이 더 조세원칙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의 기업 재산(주식 등)을 상속하는 경우, 일정 한도(최대 600억원)로 재산가액을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공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지인엽 교수는 “상속세가 타당하려면,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으로 발생한 소득을 국가가 상속세로 징수해 그 재원을 경제에 효율적으로 재투자하거나, 상속세 취지에 맞게 소득불평등을 완화한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자원의 효율적인 이전을 위해 해외 주요 선진국처럼 자본이득세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본이득세란 상속하는 재산을 아직 미실현된 자본이득으로 간주해 추후 재산을 처분할 때 발생하는 이익에 과세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재 스웨덴·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이 도입 및 시행 중이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상속세 부담 완화가 경제와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실증적 결과가 상속세제 개편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해묵은 상속세제 개편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 완화와 경제·증시 활력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